대형 라이선스 작품들이 장악해온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관객들은 화려한 볼거리와 탄탄한 드라마적 구성에 매료돼 작품을 보는 안목도 높아졌다. 지난 해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첫선을 보인 대형 뮤지컬 '영웅'은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이 라이선스 작품이 아닌 창작 뮤지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무대다. 올해 더욱 박진감 넘치는 무대로 찾아온 '영웅'은 라이선스 뮤지컬에 결코 뒤지지 않는 스케일과 작품성으로 한국 창작 뮤지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웅'은 안중근의 영웅적인 면모보다는 인간다운 면을 파고든다. 벗의 죽음에 피눈물을 삼키며 아파하고 이토 히로부미와의 숙명적 대결을 앞두고는 심연 깊은 곳에서 밀려 드는 불안함에 온 몸을 떨며 신의 구원을 바란다. 평범한 인간이 거부할 수 있는 운명 앞에서 비범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때의 감동을 극대화함으로써 '영웅'은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적 요소를 확보한다. '미스 사이공'에서 관객들의 호평을 얻은 3D 헬기 장면 못지 않은 3D 기차 장면도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마치 기차를 통째로 무대 위로 옮겨온 듯한 생생한 느낌의 무대는 작품에 강한 생명을 불어넣었다. 시시각각 바뀌는 무대는 관객을 하얼빈으로, 경복궁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공간 이동시켜준다. 완성도 높은 무대 장치는 수시로 반복되는 장면 전환에도 불구하고 일관성을 유지해 관객의 몰입을 높였으며 뮤직 넘버들의 가사 전달력과 음악성도 훌륭했다. 특히 극중 법정 진술에서 안중근이 이토를 죽인 이유로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무고한 한국인을 학살한 죄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 등 15가지를 조목 조목 진술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뜨거운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제작 단계부터 세계 진출 목표를 밝혔던 뮤지컬 '영웅'은 내년 5월 3주 동안 로스앤젤레스(LA) 팬티지시어터, 8월 중순에는 뉴욕 링컨센터에서 3주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벌써부터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울려퍼질 박수 갈채가 기대된다. 내년 1월 1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월 21~22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1월 29~30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2월 26~27일 창원성산아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