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우울한 분위기에서 취임2주년을 맞고 있다.
20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 사후인 2003년 10월21일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 전격 취임하면서 현대그룹 회장직에 올라선 현 회장은 21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취임 2주년을 맞는 현대그룹 안팎의 분위기는 취임 1주년을 맞았던 1년전과 사뭇 다르다.
취임 1주년을 맞았던 지난해가 그룹의 경영권 안정과 주요 계열사들의 좋은 실적, 중장기 경영비전 발표 등으로 성공적 평가가 주를 이뤘던 반면 올해는 그 보다는 그룹의 앞날에 대한 적잖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현정은 체제 현대호(號)'의 아킬레스건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던 '김윤규 사태'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현 회장과 측근들의 미숙함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윤규 전 부회장의 비리 적발이 중장기적으로 대북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기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내부 감사보고서를 통째로 외부에 유출시킴으로써 대내외에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감사보고서 유출로 야기된 남북협력기금 유용 논란은 대북사업 수행에 필수적인통일부와의 우호 관계를 훼손했을 뿐 아니라 한창 무르익어 가던 북한과의 관계에도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다.
'김윤규 사태'로 꼬인 대북관계는 아직도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두 달가까이 현 회장과 현대아산을 괴롭히고 있다.
그룹 오너로서 비리를 저지른 전문경영인에 대해 징계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공(功)이 적지않은 전문경영인을 내치는 일련의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평가가 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 계열사의 한 임원은 "김 전부회장 사태로 인해 입은 가장 큰 타격은 경험많은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차별화된 깨끗한 이미지로 승부해온 현 회장이 의도와는달리 도덕성에 의심을 받게 된 것"이라며 "경험이 부족한 총수를 역시 경험이 부족한 측근들이 보좌하다 보니 빚어진 현상"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이같은 안팎의 분위기를 감안해서인지 현 회장의 취임 2주년을 별다른 행사없이 조용히 지나가기로 했다.
우울한 취임 2주년을 맞은 현 회장이 과연 `김윤규 암초'를 극복하고 대내외에믿음과 희망을 주는 진정한 스타 경영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같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