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ㆍ남경필ㆍ원희룡 등 한나라당 최고위원 3명이 7일 한꺼번에 사퇴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됐다. 홍준표 대표는 당 수습과 쇄신을 이유로 사퇴를 거부했으나 지도력에 큰 상처를 입어 '홍준표 체제'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 대표가 물러나면 당내 최대주주인 박근혜 전 대표가 예상보다 빨리 당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존망의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말했다. 원 최고위원과 남 최고위원도 동반사퇴 입장을 밝혔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소수 의원이 당 대표를 흔드는 것은 옳지 않으며 만약 다수 의원이 그런 의견이라면 따르겠다"고 말해 사실상 사퇴를 거부했다. 앞서 그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재창당 계획이 있다. 재창당할 수 있는 로드맵과 대안을 갖고 있다"며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쇄신을 주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소장ㆍ쇄신파 의원들은 의총에서 홍 대표에 대해 "사태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하는 등 당이 내홍에 휩싸였다. 향후 당 진로를 둘러싸고도 비상대책위원회ㆍ선거대책위원회ㆍ전당대회ㆍ재창당위원회 등 다양한 방안이 쏟아져 나와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두언 의원은 "지금 한나라당이 처한 상황은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를 연상시킨다"며 지도부 사퇴를 포함한 대대적인 당 개혁을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한나라당의 상황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의 고민과 충정을 이해한다"며 "지켜보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