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북·서울고 출신 파워그룹 부상

최근 관·재·금융계 인사 살펴보니…<br>2~3개 高 學脈이 주름잡아…경동은 쇠퇴<br>최근 청주·대륜고 출신들 다크호스 떠올라


현직 고위관료 A씨는 요즘 인사 얘기만 나오면 한숨을 내쉰다. 자신도 제법 알려진 서울의 고등학교와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정권 핵심 인물이 나온 2~3개 특정 고교가 아니면 명함조차 내밀기 힘든 풍토에 숨이 막힌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4년차. 벌써 집권 후반기로 들어섰지만 대통령 주변에 있는 실세 인물의 손바뀜, 그리고 출신교에 따라 상층부의 부침은 더욱 심해지는 모습이다. '출세하려면 ○○고등학교를 나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쇠락하는 경동고=경동고 출신은 지난해까지도 정치ㆍ법조뿐 아니라 경제계의 중심세력으로 포진했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을 정점으로 차관급이 유독 많았다. 하지만 임 실장과 경동고 3년 선후배 관계인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의 낙마를 계기로 힘이 급격히 쇠퇴했다. 경동고 출신의 한 고위관료는 "더 이상 '경동'이라는 이름을 대단한 존재로 볼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했다. 물론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등이 물러나기는 했지만 청와대의 장다사로 민정1비서관 등이 건재하고 차관급에도 김근수 여수엑스포준비위원회 사무총장, 김창경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 황희철 법무부 차관 등이 포진해 있다.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1급)과 1급 승진을 눈앞에 둔 김익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등도 경동의 신흥 파워군이다. 이두형 여신금융협회 회장과 장형덕 BC카드 사장 등은 금융계의 대표적인 경동고 출신이다. ◇경북고, 막강 파워그룹으로 부상=경동고가 주춤하는 사이 핵심으로 떠오른 곳은 경북고다. 사공일 무역협회 회장을 중심으로 현정권 중반부터 파워십을 자랑한 경북고 출신은 갈수록 세(勢)를 불리고 있다. 우선 청와대에서는 권재진 민정수석과 김명식 인사비서관이 포진해 있는데 김 비서관과 이현동 국세청장, 김장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류성걸 기획재정부 2차관 등은 동기동창이다. 정치권의 유승민ㆍ주성영ㆍ권오을 한나라당 의원 등도 비슷한 또래다. 차기 금융감독원장으로 유력한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과 정재찬 공정위 부위원장, 이장영 금감원 부원장, 김재수 농식품부 1차관, 조현관 국세청 중부지방청장 등은 '파워 경북고'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인물이다. 권태신 전 총리실장 등은 관료 중 선배그룹이지만 언제든 현직으로 돌아올 후보다. ◇서울고의 급격한 약진=경북고와 함께 경제계에서 힘의 축으로 부상하는 곳이 서울고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중심인데 재정부가 배출하는 핵심 외청장인 노대래 조달청장과 윤영선 관세청장이 모두 서울고 출신이고 최근에는 김용환 수출입은행장까지 배출했다. 금감원 수석부원장에 내정된 최수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과 경제부처 차관 후보로 오르내리는 오정규 전 청와대 비서관 등도 서울고 인맥이다. 여기에 임채민 총리실장,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도 서울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재계에서도 서울고의 약진이 눈에 띈다. 특히 삼성그룹에서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강호문 중국본사 부회장 등 그룹의 중추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 사장급 인사 55명 중 서울고와 경북고 출신이 각각 6명으로 가장 많다. 이밖에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의 청주고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대륜고 출신 등도 경제계에서 소리 없이 파워군을 형성해가고 있다. 경제계의 한 인사는 "인사권에 근접한 실세 중심으로 인물군이 형성되는 것을 차단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최근 상황은 특정 고교 출신으로 파워십이 과도하게 쏠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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