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 판매수수료 공개방침에 대한 여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가 '영업기밀'이라고 반발하고 나서자 공정위는 바로 해명자료를 통해 수수료 공개 수위가 업태별ㆍ상품군별 범위이기 때문에 영업기밀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반대 여론 무마에 나섰다. 그럼에도 여전히 유통업계에서는 "어느 나라에서 판매수수료를 공개하느냐"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또 전문가와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선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3일 공정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판매수수료 공개를 위한 정부와 업체 간 사전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은 수수료 공개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인수 롯데유통산업연구소장은 "판매수수료는 마케팅 등에 드는 투자비용도 포함돼 있는데 이를 마진으로 보고 비싸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승창 한국유통학회장(항공대 교수)은 "어느 나라 정부도 백화점에 판매수수료를 공개하라고 한 적은 없다"며 "이는 제조업체에 원가를 공개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업태별ㆍ상품군별 최저ㆍ최고 수수료만 공개하기 때문에 영업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즉 백화점 잡화(피혁ㆍ구두ㆍ장신구)에 대한 평균 수수료율이 A백화점 29%, B백화점 25%, C백화점 21%인 경우 '백화점 잡화군의 수수료율은 21~29%'라고 밝힌다는 게 공정위의 계획이다. 김성하 공정위 기업협력국장은 "대략적인 수수료라도 공개되면 납품업체들이 대형 유통회사들과의 협상에서 도움이 된다"며 "이는 중소업체들이 요구해왔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도 정부가 추진 중인 판매수수료 공개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업태별ㆍ상품군별로 뭉뚱그려 수수료 범위를 발표하는 게 과연 중소 납품업체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현하철 중소기업유통센터 본부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판매수수료를 구분하지 않고 전체 납품업체의 수수료율을 최저ㆍ최고 수준만 발표한다면 중소업체들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에 의한 판매수수료 공개는 선정적인 이슈 제기 방식일 뿐 유통기능의 고도화, 유통업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 납품업체들을 통해 조사한 업태별ㆍ상품군별 수수료율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백화점 숙녀복의 판매수수료율은 35~40%, 신사복은 15~30%, 홈쇼핑 건강식품은 35~40%, 의류는 35~40%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올해부터는 매년 3대 백화점ㆍ대형마트 및 5대 홈쇼핑업체의 수수료율을 직접 대형 유통사들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공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