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30%) 확보를 추진하는 것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오너십을 한꺼번에 회복해 그룹 자체를 복원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각해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학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줌으로써 '소송전'으로 얼룩진 형제 간의 갈등도 해소하겠다는 의중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박 회장의 구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일부 재무적투자자(FI)의 반대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이 남아 있다. ◇오너십 회복 및 형제 간 갈등 해소 도모=박삼구 회장의 생각대로 금호석화의 지분을 처분해 금호산업에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사재를 출연하게 되면 이 회사 지분 30% 정도를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박삼구 회장이 단숨에 단일 주주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32.62%의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박 회장은 동시에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 명실공히 그룹의 오너십을 회복하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박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을 털게 되면 박찬구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은 잠재적인 경영권 위협 요인이 사라지게 된다. 박찬구 회장은 현재 아들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와 함께 16.34%의 금호석화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올 들어 엇비슷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박 회장의 경영권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동시에 두 부자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쪽 계열사들의 지분을 연이어 처분하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선 긋기에 돌입했다. 형을 배임혐의로 고소한 소송전의 이면에 경영권 분쟁 소지로 인한 갈등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매각이 마무리되면 앙금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재무적투자자 반대 등이 걸림돌=일단 채권단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금호산업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워크아웃 이후 영업실적이 개선됐지만 대우건설 지분법 평가손 등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자구안 차원에서 추진한 서울고속버스터미널(38.74%), 대우건설(14.61%), 금호리조트(50%) 등의 자산 매각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당시 향후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준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 내용도 이번 지분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금호산업 지분을 갖고 있는 일부 재무적투자자의 반대가 걸림돌이다. 일부 FI는 가치 희석을 문제 삼아 유상증자 자체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에 사재출연 형식으로 지분을 갖는 데 대해 불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계획이 성공하려면 반대하는 투자자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만약 이번 딜이 계획대로 성사된다면 형제 간 앙금해소는 물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오너십을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