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FTA '동면'에 빠진 국회


지난해 2월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매번 동행 취재하면서 피부로 느낀 것은 '무역과 투자 확대'가 일관된 코드라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둔화, 국내 경기부진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외국과의 경제협력,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어떻게든 사그라지는 경기 불씨를 살리겠다는 통상철학을 읽을 수 있다. 외국 정상들을 만나 FTA 등 경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링거를 맞아가면서 동분서주하는 박 대통령과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외판원처럼 잰걸음을 옮기는 청와대 참모진, 부처 장관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안쓰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들은 대통령이 아니라 '세일즈우먼'이었고 장관이 아니라 '영업사원'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ㆍ호주 FTA에 정식 서명했다. 9월16일에는 비준동의안이 우리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비준동의안은 지금까지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져 있다. 이미 의회 비준절차를 마친 호주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FTA 비준을 서둘러달라며 종용하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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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리 국회가 FTA 비준 동면(冬眠)에 빠져 있는 사이 올 7월 호주와 FTA를 맺은 일본은 발효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출발은 우리가 먼저 했지만 피니시라인은 일본에 내주는 우스꽝스러운 꼴을 자초할 수 있다.

한ㆍ캐나다 FTA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박 대통령은 올 9월 캐나다를 방문해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ㆍ캐나다 FTA에 서명했다. 9년간의 협상 끝에 어렵게 따낸 성과다. 정부는 10월1일 한ㆍ캐나다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FTA 정식 서명을 하면서 "한국 국회에서 언제 비준이 될지 걱정된다"는 기우(杞憂)를 전했는데 씁쓸하지만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FTA는 외국과 우리나라가 맺은 비즈니스 거래다. 함흥차사처럼 비준을 미루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우리의 국익도 갉아먹는 악수(惡手)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중국과의 FTA도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 국회가 깊은 'FTA 동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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