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하자 수출업체들이 연일 깊은 신음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수익성이 그리 높지 않은 일부 업종의 경우 채산성이 떨어져 수출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아우성이다. 형편이 나은 업체들도 수익이 줄어든다고 울상이다. 이들은 수출부진은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책을 내놓으라고 정부를 압박하기도 한다.
이처럼 수출업체들의 하소연이 계속되자 환율하락은 마치 우리경제의 재앙처럼 느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은 우리 경제의 성적을 그대로 반영한다.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출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지만 우리 경제는 올해 6~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은 최근 우리 경제의 하반기 성장률이 6.8%로 상반기의 6.1%보다도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의 금융불안 에도 원인이 있지만 우리 경제가 튼실해지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
환율하락은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우선 물가상승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입물가는 지난 5월부터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물가상승에 따른 혜택은 모든 국민이 누린다. 다만 그 혜택을 피부로 느끼는데 시간이 걸리고 체감정도도 작기 때문에 크게 부각되지 않을 뿐이다.
환율 하락으로 웃는 업체들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정유사 등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다. 다만 이들은 환율하락과 함께 수익성 개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품가격 인하 압력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표정을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환율하락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다. 환경이 달라지면 기업들 스스로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 푸념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는 개인도 마찬가지다. 원화가치가 높아졌다고 해서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해외여행에 나서는 등 과거의 행태를 되풀이하는 한 우리 경제는 다시 '냉탕'으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정문재<경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