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 산업구조의 변화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인 완성재와 부품소재 간 제조업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신성장동력 확보를 저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업들이 FTA시대의 환경변화에 좀 더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서진교 대외정책연구원(KIEP) 연구조정실장은 "FTA는 산업 내 무역이 증가하고 규모의 경제 달성과 생산성 증대를 촉진해 구조조정을 촉진시킬 것"이라며 "다만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해 정부가 나서게 되면 자칫 규제로 비치고 오히려 성장성을 저해할 수 있어 열위업종 지원에 적극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FTA 통해 주력 제조업 성장=FTA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제2부흥기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수출 중 93.9%가 공업제품(총 금액 기준)이고 그 중 자동차와 기계 부문의 수출은 72%에 달한다. 자동차 등 주요 7개 업종은 한미 FTA 발효로 관세철폐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해 연평균 21억3,000만달러 흑자창출이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조선ㆍ통신기기ㆍ가전ㆍ자동차 등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경쟁력 우위 업종에 대해 적극적인 시장접근 전략을 펼쳐야 하다고 지적한다. 관세철폐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은 만큼 현지 비즈니스 환경을 이해하는 한편 관세양허 일정에 따른 적극적인 수출확대 계획 마련이 요구된다. 또 가격인하 효과와 관련, 마케팅ㆍ연구개발(R&D) 등으로 다양하게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미국ㆍEU 등과 경쟁력이 엇비슷한 가구ㆍ석유화학ㆍ섬유 업종 등은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글로벌 분업 확대로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적극적인 제휴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 이영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쟁력이 우수한 중소기업들은 FTA가 발효되면 기술제휴ㆍ투자제휴 등 산업협력에 많이 참여해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약업종 생존전략 마련해야=동시다발적인 FTA는 향후 내수시장에서 공급과잉으로 출혈경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수입 분야의 경우 일본 등 기존 수입선에 대한 가격인하 압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 조명ㆍ전자의료기기ㆍ계측장비 등 영세 중소기업 생산제품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 제품의 국내시장 잠식으로 피해가 우려된다. 생활용품 분야에서는 귀금속ㆍ보석 등 경쟁력 열위 분야에서 국내시장 잠식이 불가피하다. EU와의 FTA는 일반기계 분야에서 내수 중심 생산 영세기업의 피해발생 및 자체기술 개발 장애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피해우려가 큰 농축수산업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에 따라 R&D프로그램 확충과 사업전환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일부 피해 분야는 정부 지원하에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편 제품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인수합병(M&A) 등 생존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무역지원조정제도 실효성 높여야=무역조정지원제도는 FTA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일시적으로 피해를 보상하거나 업종전환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지난 2007년 도입됐다. 하지만 ▦2008년 3건 ▦2009년 3건 ▦2010년 2건 등 활용도는 극히 미미하다. 그러다 보니 예산도 올해 305억원(융자ㆍ컨설팅 포함)에서 내년 201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한 관계자는 "거대경제권과의 FTA가 발효되지 않아 피해실적이 미미하다 보니 와인, 돼지고기, 고등어 가공 등 극히 일부 분야에 대해서만 지원요청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원자격이 6개월간 매출액 또는 생산량의 전년동기 대비 25% 이상 감소 등 너무 높아 기업들의 접근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매출이 20% 이상 떨어지면 생존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 뒤늦은 지원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심사기간 등을 감안해 매출액(생산량) 감소비율을 5~10%선으로 낮춰 단계적으로 경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역지원조정제도의 재원이 많지 않아 실효성이 낮고 지원자격이 너무 높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