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총리의 골프

골프는 왜 때만 되면 이렇게 말썽의 단초가 되는 것일까. 이해찬 국무총리가 철도 파업이 있었던 3ㆍ1절에 ‘부적절한 인사들’과 골프를 친 것 때문에 한바탕 난리다. 결국 총리는 4일 저녁 대통령께 사실상의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어 대국민 사과도 했지만 파문이 좀체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따지고 보면 이번에도 당초 문제의 핵심은 사실 골프 그 자체가 아니었다. 총리가 있어야 할 곳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본질인데 왜 또 골프가 뭇매를 맞아야 하는 것이 골퍼들의 불만이었다. 골프가 책임 있는 인사들을 홀리는 ‘몹쓸 짓’으로 취급받는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목소리가 잦아 들고 있다. 골프와 직접 관련돼 속속 드러나는 사실도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총리가 골프장에 도착하면서부터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받았던 ‘특별 대우’에 ‘골프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 않냐’며 항변하던 골프 팬들이 입을 닫았다. 라운드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나눠 두는 1부와 2부의 중간 시간, 그러니까 앞뒤 팀에 아무도 없는 빈 코스를 그들 특별한 손님 8명이 누볐다고 한다. 그들의 라운드를 위해 오후에 예약을 했던 골퍼들은 필시 예정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그날 골프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또 철저한 경호 속에 부적절한 과거를 가진 인사들과 5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은 ‘골프장에서는 무슨 일이 꾸며졌는지 알 수 없다’는 불온한 상상을 부추긴다. 물론 경호를 해야 하는 주요 인사지만 뭔가 숨기는 인상을 줄만큼 지나쳤던 것이다. 이렇게 골프는 ‘빽’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을 되살리고 있다. 골프 자체의 즐거움에 마음 설레며 어렵게 예약하고 골프장이 정한 시간 맞추느라 뛰듯 라운드했던 많은 골퍼들 입장에서는 억울하기까지 할 일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시즌 초부터 잇따라 우승하며 골프 강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음이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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