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삼성이 한 단계 더 도약해 존경 받는 글로벌 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당장 내부적으로 젊은 조직과 리더 부상에 따른 조직문화를 새롭게 꾸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여기에 전자 계열사보다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고 글로벌화가 덜 된 비전자 계열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스피드 경영 장점 살린 신지배구조 필요=삼성그룹은 현재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등의 오너들이 소수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구조가 그것이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지분을 19.3%,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7.3%, 삼성전자가 삼성카드를 35.3%,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를 25.6% 소유하고 있는 식이다. 삼성그룹은 현재 지주회사 전환 등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 등 비상장회사의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사장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지분을 각각 25.1%, 8.8% 보유하고 있다. 삼성 입장에서도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해서는 일정 부문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삼성생명이 상장됨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 여건은 한층 무르익어가고 있다. 문제는 지배구조 개선 과정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이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한 만큼 이에 맞는 거버넌스 개편이 요구되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한 가지 고려할 것은 삼성의 최대 장점인 스피트 경영을 어떻게 잘 살려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장점을 살리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새로운 관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조직문화도 새로 바꿔야=젊은 조직과 리더 부상에 따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숙제다. 삼성 한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에는 젊음 임원에 나이 든 부장이 함께 근무하는 등 연령에 상관없는 파격이 많이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 많은 직원들은 이를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젊은 임원과 나이 든 부장이 한데 어울려 근무할 수 있는 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만약 이런 문화가 구축되지 않으면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직 문화 개선은 시급하다. 복수노조 허용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한 국제표준 실시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성과를 더 중시하면서 삼성의 조직문화는 한마디로 미국식으로 변해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뒷받침할 조직 혁신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비전자 계열사, 질적ㆍ양적 성장도 관건=삼성그룹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바로 전자 계열사에 대한 이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그룹 계열사는 비금융회사 57개, 금융회사 10개 등 총 67개. 그룹 전체 매출액은 220조1,203억원, 당기순이익은 17조6,637억원(개별재무제표 기준)이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매출액이 89조7,728억원, 순이익은 9조6,494억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40.8%, 54.6%에 달한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비금융회사 57곳의 매출액은 177조6,475억원, 순이익은 16조658억원으로 그룹 전체의 80.7%, 91%에 이른다. 금융 계열사의 비중이 매출액 기준 19.3%, 순이익 기준 9%에 불과한 것이다. 그룹 내 최대 금융계열사이자 국내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조차 매출액(영업수익) 25조2,948억원, 순이익 1,130억원으로 그룹 전체 비중이 각각 11.5%, 0.6%에 불과하다. 삼성이 미래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에서도 삼성전자ㆍ삼성LEDㆍ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들이 주축이 된 반면 비전자 계열은 거의 소외돼 있다. 삼성이 지난 5월 발표한 5대 신수종 사업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으로 전자 계열사들의 기존 사업 및 기술과의 연관성이 높은 분야들이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이익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비전자 계열사와 금융회사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그룹에서 지정한 신사업 주력 계열사에서 제외된 계열사들은 상당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전자 계열,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비전자 및 금융 계열사에 대한 육성 및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