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성과급 더 타내려고 허위공시 일삼는 공공기관

기획재정부가 324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난해 재무 분야 공시내용을 조사해보니 한 차례 이상 불성실공시를 한 곳이 38%인 124곳에 달했다. 불성실공시 167건 가운데 허위공시가 113건, 공시 사항을 누락한 경우는 54건이었다. 죄질이 나쁜 허위공시가 3건 중 2건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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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실공시 내용을 살펴보면 공공기관의 도덕성을 의심하게 할 정도다. 투자 및 출자 현황을 숨기거나 축소하는 것도 모자라 요약 손익계산서나 대차대조표를 부실하게 기재한 경우 또한 허다했다. 기관장 업무추진비의 일부 사항을 빠뜨리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지탄의 대상이 되는 복리후생에서는 대다수가 낙제점 수준이다. 복지후생 공시를 제대로 한 곳은 한국석유관리원 등 8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사내복지기금·학자금·주택자금 등 복리후생비 지출 및 제도가 여전히 과다한데도 숨기기에 바빴다. 복리후생을 줄였다고 공시해놓고는 실제 노조와의 이면계약을 통해 챙길 것은 다 챙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공공기관의 불성실공시가 다반사가 된 것은 정부의 느슨한 경영평가 탓이 크다. 공시 내용을 심층 점검하지 않고 대충 훑는 데 그치다 보니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졌다. 평가방식이 허술한데다 악의적인 허위공시를 하든, 단순 실수든 똑같은 벌점을 부과하는데 누가 성실하게 공시를 하고 싶겠는가. 대강대강 하더라도 성과급 많이 받는 데 문제가 없고 경영진의 안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여전하다고 한다. 자연히 부실 경영평가가 편법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허위공시의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정부가 내년부터 심층점검제와 차별적인 벌점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니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말만 거창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경영평가라면 공공기관에 똬리를 튼 도덕 불감증을 뿌리 뽑는 건 백년하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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