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중국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이 무섭다. 자체 브랜드를 육성해 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계획을 착착 실행해가고 있다. 중국이 자동차 산업을 수출화할 경우 미국ㆍ유럽ㆍ일본ㆍ한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자동차 업계의 지도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미국 빅3의 최근 활약은 '썩어도 준치'라는 한국 속담 그대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는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가 미국 시장에서 1위와 2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포드는 올해 10월까지 미국 시장 판매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나 늘렸다. 엔진 다운사이징 등 노력이 성과로 이어졌다. GM은 미국 시장 1위일 뿐만 아니라 도요타ㆍ폭스바겐그룹과 세계 1위를 다투고 있고 크라이슬러도 올 들어 미국 시장 판매를 지난해보다 8.7% 늘렸다.
르노그룹ㆍ푸조시트로엥그룹ㆍ피아트그룹 등 유럽 업체들도 내년부터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내년 유럽 자동차 시장이 7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유럽 업체들도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국 자동차 업계는 미국ㆍ유럽ㆍ중국 시장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에서는 GM이 내년 선양와 우한의 신공장을 가동해 생산능력이 연산 60만대 증가하고 포드도 충칭 3공장을 가동하면 연산 35만대가 늘어나게 된다. 한해 2,000만대 이상, 세계 자동차 판매의 4분의1이 이뤄지는 중국 시장에서 미국ㆍ일본ㆍ유럽ㆍ한국계의 대격돌이 내년부터 펼쳐지게 된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언제 세계화하느냐도 관심거리다. 중국 정부는 합자회사들에 이른바 '자주 브랜드'를 론칭하라고 계속 압박하고 있다. 폭스바겐ㆍ현대차ㆍ기아차 등 외국 브랜드 엠블럼을 단 차를 그만 만들고 앞으로는 중국을 발판으로 삼아 세계에 진출시킬 브랜드를 육성하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쇼우왕', 기아차는 '화치'라는 중국 내 자주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체리자동차와 이스라엘 코퍼레이션의 합자사인 코로스자동차의 준중형 '코로스3'는 최근 유럽 신차 충돌 테스트에서 별 다섯 개를 획득하며 업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중국 차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 접근이 쉬운 상용차 부문부터 한국 시장에 속속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선롱버스가 중국 업체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한 데 이어 중국 최대 상용차 업체인 포톤(北氣福田汽車)이 내년부터 4.5톤 트럭을 한국에서 판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