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 경제팀 과제]

[새 경제팀 과제]시장기능 활성화'보이지 않는손' 되살려 '官治'해소 정부는 환란 이후 무너진 시장을 살리기 위해 직접금융시장의 표본인 미국식 금융시스템을 서둘러 도입했다. 직접시장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관심도는 과거 수십년 동안 경험도 못해봤을 정도였다. 미국시스템을 들여온 지 2년반. 불행히도 국내시장은 미국의 겉모습만 닮고 말았다. 직접시장은 선진형 금융시스템에 대한 겉화장만 잔뜩 한 채 채권과 기업어음(CP) 시장이 위축된 속에서 일그러졌고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졌다. 은행도 극심한 구조조정의 터널 속에서 시장을 중개할 힘을 잃었고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반복적으로 개입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금융기관이 시장의 위험도를 측정하는 능력도 2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금융기관은 정부의 개입을 「관치」라고 아우성치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정부의 손을 기다린다. 시장은 커졌지만 참여자들은 여전히 초등학교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시장기능의 활성화, 구체적으로는 가격 메커니즘을 정상화시키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례로 현대건설이 끝없이 유동성위기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정상여신」으로 분류하는, 이로 인해 가격정보의 신뢰성이 상실되는 현실이 지속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왜곡된 가격결정 시스템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인프라를 원점부터 장기플랜을 통해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것. 최공필(崔公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 채권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채권의 기간만기구조를 다양화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회사채는 만기구조가 3년으로 거의 획일화돼 있다. 기업은 특정시점이 되면 밀려오는 상환요구에 숨이 가빠진다. 중견기업의 자금난이 계속되는 이유도 회사채 만기집중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장기채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다. 崔연구위원은 『미국처럼 연기금을 집중 육성, 30년 만기 발행시장을 이른 시일 내에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접시장을 활성화시킬 새로운 주도세력을 끌어내는 것도 시급하다. 투신과 종금사는 이미 시장을 리드할 힘을 잃었다.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새로운 마켓 메이커가 필요한 셈이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게 외국투자은행들이다. 그들에게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하도록 해 국내시장의 가격결정 능력이 회복될 때까지 시장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자체영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길도 빨리 터줘야 한다. 예대마진이 줄어든 은행권이 돈벌 길을 찾느라 위험한 곳에 투자하는 현실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같은 과제들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 문제는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인프라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KDI 연구위원은 5년을 내다보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토대 위에서 관치망령은 사라지고 정부도 시장자율을 보장하며 「자극과 보호」를 수행하는 후견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8/10 18:49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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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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