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고유가에도 美경제성장 이상 無"
미국의 `경제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기름값 추이에 두터운 안경의 초점을 맞췄다.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국제 유가가 사상 최장기 호황이라는 기록을 세운 미국 경제의 확장국면에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린스펀 의장은 19일 워싱턴 소재 케이토 연구소에서 열린 통화정책 관련회의에서 고유가 추세가 미 경제성장의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경고, 경제 연착륙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30달러를 훌쩍 넘어선 현재의 고유가가 아직은 미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거나 인플레 압력을 낳지는 않고 있다고 그린스펀 의장은 설명했다. 고유가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기 보다 앞날의 불안 요인이라는 일종의 사전 경고인 셈.
시장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투자자들은 그린스펀의 발언을 `일단은 금리 유지'의 의미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뉴욕 증시의 나스닥 및 다우 지수가 이날 일제히 폭등세를 보인 점이 이를 반영한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중질유 11월분 가격도 전날보다 57센트 하락, 배럴당 32.91달러로 장을 마쳤다.
한편 그린스펀 의장의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하는 요인은 고유가 뿐이 아니다. 미 경제의 장점으로 꼽히는 높은 생산성과 막대한 재정 흑자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점도 그의 오랜 근심거리.
특히 재정 흑자분으로 국가채무를 줄여야 한다는 그의 주장과 달리 민주ㆍ공화 양당의 대통령 후보들은 세금 감면과 재정 지출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대선을 앞둔 그의 심기는 영 불편한 모습이다.
입력시간 2000/10/2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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