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이 ‘경제 대통령론’을 내세운 가운데, 변양균(사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경련이 뭐 하는 곳이냐. 전경련 회장이 시대착오적 주장을 했다”며 전경련을 향해 강도 높은 공격을 하고 나섰다. 청와대의 최고위급 인사가 이처럼 직설적인 언사로 전경련을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임기 말 청와대와 재계간의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변 실장은 특히 사회지도층의 부동산투기 문제에 대한 조 회장의 인식수준을 비판하면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도덕성 등 자질문제를 겨냥해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30일 변양균 정책실장이 지난 29일 한국능률협회 등이 주최한 제주도 하계 세미나에서 강연한 내용을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공개했다. 변 실장은 이 자리에서 “전경련 같은 단체가 있는 곳이 전 세계에 어디에 있냐”며 강도 높게 비판한 뒤, “비정규직을 나 몰라라 하고, 사회통합을 나 몰라라 하고, 강자독식 논리만 주장해서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며 사실상 ‘전경련 무용론’까지 내세웠다. 변 실장은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경제를 가장 보호해야 할 전경련 회장께서 며칠 전 여기 제주도에서 정치를 경제에 끌어들였다. 부동산 투기쯤은 공직을 맡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차기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시대착오적인 정치적 주장을 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 분이 말하는 경제 대통령은 아마 부자 대통령을 말하는 모양인데 부동산 투기든 무엇이든 해서 무조건 부자가 되는 것이 경제를 하는 것이 아니다”는 말까지 했다. 이명박 후보의 사돈인 조 회장이 ‘경제 대통령론, 검증무용론’을 주장한데 대해 정면으로 비판함과 동시에 이 후보의 도덕성 등 자질문제까지 겨냥한 것이다. 변 실장은 마지막으로 “어린애처럼 젖 달라고 울기만 하고 남 탓이나 하지 말고, 어른답게 강자답게 가진 자답게 사회의 어려운 곳을 배려하고 상생 통합하는 지도적 집단으로 우뚝 서 주시기를 바란다”며 전경련의 변신을 요구했다. 변 실장의 전경련 관련 비판은 당초 배포자료에선 빠져 있었으며, 현장 발언에 포함됐던 발언들이 언론보도에서 빠지자 청와대가 뒤늦게 발언 전문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배경이 주목된다. 이는 전경련에 대한 청와대의 비판적 시각이 매우 강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법와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매여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는 동안 청와대 핵심 참모가 노 대통령을 대신에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 전선을 펼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