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동계 "임금 9%대 올려야" 인상 주도

■ 위기 벗어나자 욕구 분출 잇달아-임금<br>기본급·최저임금 상향 등<br>'미뤄온 요구안 관철' 입장<br>"경제 아직 불확실한데…"<br>경영계는 해법 찾기 고민



포항의 철강구조물 업체인 T사의 김모 사장은 최근 직원 임금을 평균 6% 인상했다. 이 업체에는 노조가 없어 임원들과 상의한 끝에 김 사장은 경기여건이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3년 동결은 어렵다고 판단, 인상을 결정했다. 김 사장은 "사실 임금을 올려줄 형편은 아니지만 사내 분위기가 워낙 팍팍해 힘든 결정을 했다"며 "올해 이익을 낼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금을 올려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목포의 화학업체인 P사는 노조로부터 올해 7%가량의 임금인상 요구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일찌감치 구조조정을 실시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어려웠지만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지난해에도 3%의 임금인상을 단행했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경기회복으로 사업 전망은 조금 밝아졌지만 임금인상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올해 생산물량을 맞추려면 직원들이 더 수고해줘야 하는 상황이어서 비용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임금인상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로디지털단지의 한 전자제품 메모리 업체는 올해 성과급으로 10% 수준의 임금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며 "실적을 봐서 하반기에 성과급을 올려줄 생각"이라고 전했다. 해가 바뀌면서 기업들이 임금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한 경기침체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면서 임금인상은커녕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사실상 임금 삭감을 감수했던 근로자들이 경기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자 대거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은 지난 2년 동안 임금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에는 어느 정도 올려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에 맞는 실적을 낼 수 있을지를 장담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임금인상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가시화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ㆍ4분기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271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던 임금이 1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한 것이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2년 가까이 임금을 올리지 않은 데 따른 부메랑 효과가 크다"며 "올해에는 전반적인 임금인상이 이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경제위기 여파로 임금인상을 자제해온 노동계는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올해 임금인상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양대 노총은 지난해 경제위기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매년 발표하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경제회복이 예상되면서 9%대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3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올해 임금인상 요구안으로 정규직 임금 9.2%, 비정규직 임금 29.8% 인상을 확정했다. 앞서 한국노총은 지난달 18일 정규직 임금을 9.5% 올리는 것으로 내용으로 한 2010년도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양대 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역시 4,110원에서 5,152원으로 25.4% 인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노총 최대 산별인 금속노조도 이날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올해 산별 최저임금으로 월 114만1,976원, 기본급은 8.0%(12만6,311원)에서 9.4%(14만8,406원) 범위 내에서 인상을 요구하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노조 전임자 처우보장 등과 관련한 특별교섭(특별단체교섭 및 보충교섭)을 시작한 금속노조는 오는 19일 임단협 요구안을 발송하고 25일 중앙교섭 때부터 특별교섭과 임단협을 동시에 진행할 방침이다. 경영계도 지난해에 임금동결이 많았던 만큼 올해에는 노동계의 인상 요구가 거세질 것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완전히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올려주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아직도 경제여건이 완전히 호전되지는 않은 만큼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된다"며 "기본급 인상을 자제하고 연말에 성과가 났을 때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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