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선심정책 그리스등 '세계경제 毒'으로

[되살아나는 포퓰리즘 망령]<br> "그리스 긴축안 못지킬것" 우려 재정위기 진정안돼<br>EU정상들은 선거 앞두고 표 의식 적극지원 꺼려

'포퓰리즘'은 정권 지지기반을 강화하거나 차기 정권 획득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않은 신흥국 등에서 이미 만연돼온 문제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와 남부 유럽에서 증폭된 '2차 재정위기' 가능성을 거치며 더 이상 한 나라만의 문제로 머무를 수 없음이 입증돼 그 파장이 더욱 커진 상태다. 지구촌 경제가 서로 연결된데다 신흥국의 경제 위상이 높아지면서 개별 국가의 문제가 전세계인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스 지원안 타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재정위기 공포가 수그러들지 않았던 원인은 "그리스가 약속한 긴축안을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서구 투자자들의 비관적인 전망 때문이었다. "그리스 국채가치가 축소(채무 조정)될 경우 거래 은행이 지급불능(디폴트) 사태에 빠질 수 있다"는 시각이 퍼지며 국채 투매와 은행 간 대출 축소가 진행, 서구 대형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부상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올해 말 기준으로 11.6%로 전망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를 3년 안에 3%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외신들은 유로화 도입 이래 '강한 유로'의 혜택만 만끽하고 민간 경제를 부양하지 않았던 그리스가 이 같은 내핍안을 실현할 수 없을 것으로 봤던 것이다. 그리스는 유로존의 막대한 지원 속에 유로화 도입 이후 10여년 동안 국영기업 노동자 수를 25%나 늘리는 등 포퓰리즘의 전형을 보여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당시 "직업과 보조금을 국민에게 공급하며 표를 얻어온 정권이 정부지출 삭감을 통해 핵심지지 계층에 칼을 들이댈지 의문"이라며 "국민들이 정부지출 삭감에 익숙하지 못한 만큼 파업과 시위도 줄을 이을 것"이라고 재정위기 확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동유럽 중 가장 먼저 서구권에 문호를 개방, 급성장을 구가해온 헝가리가 지난 금융위기 당시 유럽연합(EU) 가맹국 중 최초로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추락한 점도 포퓰리즘의 폐해로 해석된다. 과도한 외자의존 경제 구조는 동유럽 공통의 현상이었지만 헝가리의 경우 공산권 붕괴 이후 20여년간 매 선거마다 정권이 바뀌며 선심성 정책만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덕분에 사회복지 시스템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표되는 서구 유럽권이 부러워하는 수준으로 발달했다. 헝가리의 평균은퇴연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59.7세이고 노동인구 비율은 2007년 기준 57%로 OECD 평균보다 10%나 낮다. 이코노미스트는 헝가리 위기 당시 "월급과 실업 수당이 비슷하다면 누가 일을 하려 하겠는가"라고 비꼰 바 있다. 특히 그리스에서 대규모 시위 사태가 지속되고 국가부도 위기를 겪은 헝가리 국민들이 재정지출 확대를 내건 야권에 다시 정권을 내준 사례를 볼 때 만연된 포퓰리즘은 국론을 분열시켜 국가의 위기를 더욱 난맥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는 비단 한 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EU 주요국 정상들은 금융위기 당시 동유럽 국가부도(디폴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몇 차례 만났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선거를 앞둔 자국 국민들의 반발을 의식한데다 외채 노출 빈도 역시 북유럽 국가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남유럽 재정위기 해소 과정에서도 독일은 당면한 지방선거를 고려해 지원안 타결에 순순히 협조하지 않아 글로벌 위기를 선진국이 더욱 가중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인기에만 천착하는 포퓰리즘은 결국 '자충수'일 수밖에 없다. 일본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집권 과정에서 노령화에 따른 출산촉진 정책으로 중학생 이하 자녀를 둔 전 가정에 육아수당을 일률적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후 경제하락 속도가 깊어지며 선진국 최대인 국가 부채가 도마에 올랐지만 정권은 차기 중의원 선거를 고려해 공약 집행을 강행했다. 반면 당시 전국민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한 연금축소에 따른 대책은 내놓지 않아 실망감을 자초했고 이 일을 기점으로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의 지지율은 급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영국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의 '어색한 동거'도 포퓰리즘에 천착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보수당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대규모 정부지출 감세안을 제시, 위기가 깊어지고 있는 영국 경제를 고려하지 않은 '선심안'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영국 국민은 보수ㆍ자민 연정을 택했고 이로 인해 저소득층 면세안이 정권 공약에 삽입될 수 있었다. 당시 FT는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들에서 잇달아 쉽게 정권이 바뀐 반면 13년이나 노동당에 정권을 내준 보수당의 입성은 험로였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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