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11월 16일] 서울에서의 당혹감

이번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만큼 미국 대통령과 재무장관이 주요 국제 외교무대에서 철저하게 퇴짜를 맞은 경우가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의 주요 목표는 하나도 달성하지 못한 채 미국의 정책 실패와 성장 지연에 대한 각국 정상들의 맹공세에 시달리기만 했다. 서울에 온 오바마 대통령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강대국으로서 세계를 이끌려고 하기보다는 미국의 경제 약화를 외국 탓으로 돌리기만 했다. 이들에게는 독일ㆍ중국ㆍ브라질의 수출과 환율정책이 곧 미국의 문제였고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려서 세계의 수요를 빼앗아 오는 것이 곧 미국의 해결책이다. 이런 미국의 주장에 누가 귀를 기울이겠는가. 미국의 실정(失政)이 가장 심각하게 드러난 것은 무역 부문이다. 미국과 한국은 이미 3년 전 양국이 체결했던 협정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지난 2008년 선거운동 당시 이 협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2년 동안 협정을 묵혀 두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한국에 새로운 조건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도 호락하지는 않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협정을 서둘러 처리할 필요는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간을 끄는 동안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과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7년 맺은 것과 거의 동일한 조건으로 협정을 체결한 상태다. 오바마 정부의 협상 담당자는 빈손으로 서울을 떠나야 했다. 이는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리더십이 결여된 세계는 더욱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자 기축통화 발행국이고 군사 대국이다. 다른 어떤 나라도 미국이 지난 70년간 세계를 이끌었던 능력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영향력 저하는 새로운 패권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외 경제 리더십을 되찾고 싶다면 이번 사태를 시급히 전환할 필요가 있다. 감세 연장 문제에서 공화당과 타협을 도출하고 재정적자 감축을 추진하며 '녹색 일자리'와 같은 정치적 환상에 자본을 쏟아붓는 일을 멈추고 한국 등과의 무역협정 비준을 위해 의회를 압박해야 한다. 미국이 강력한 경제 성장에 집중하는 정책을 내세운다면 외국은 다시 미국의 지도력을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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