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관계자들은 정부가 대우 및 투신사태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내 놓지 않을 경우 「시장붕괴」의 가능성도 높다며 조속한 대책발표를 촉구하고 있다.금융감독위원회 역시 시장불안이 예상외로 심각한 양상을 보이자 시장안정대책 발표일정을 앞당기고 내용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다듬고 있다.그림참조
◇폭락원인=내부적인 요인과 외부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미국증시의 약세가 가장 큰 이유이다. 미국의 주가불안은 선진국 증시는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 증권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증시의 약세현상에 대해서는 「대폭락의 전조」라는 견해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면 오히려 저평가돼 있다」는 2가지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역적자와 물가상승을 우려한 금리인상 압력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미국증시가 상승국면으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미국내 투자자들의 증시이탈을 우려한 미국계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투자주식 매도로 나타나고 이중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실현한 한국시장에서 매도를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양증권 리서치센터 홍춘욱(洪椿旭)과장은 『미국 증시의 버블이 꺼지고 있다는 분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며 『이는 향후 미국증시를 어둡게 보는 전망에 따라 미국으로의 해외자금 유입이 줄고 있고 엔강세로 인해 일본자금들도 빠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내적 원인으로는 대우 및 투신사태를 들 수 있다. 그동안 장세지지의 버팀목이었던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팔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하나의 버팀목인 투신들도 자기 한몸 추스리지 못하면서 허우적거리고 있어 매수, 매도간 수급상황이 깨진 상태이다. 정부는 투신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증권, 투신사들의 자구노력을 기다린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은 정부의 대우 및 투신사태에 대한 해결의지와 능력을 점점 불신하면서 역으로 시장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시장 내적으로는 약 1조2,000억~1조3,000억원으로 추산되는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큰 매물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우,투신대책 시급=시장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대우 및 투신대책 발표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대책발표가 지연되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환매사태가 공사채형 수익증권에서 주식형 수익증권과 은행신탁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은행권은 은행신탁의 유동성 부족현상에 대한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금년 7월이후 유입된 총 18조원(99년 총 주식형 유입액 36조원의 52%)의 주식형 수익증권은 종합주가지수 840포인트 이상에서 설정됐기 때문에 앞으로 원본손실의 가능성을 우려한 환매사태가 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에서도 금명간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에는 현 투신사태의 근본원인인 대우채권 부분에 대한 처리대책과 투신 공사채형 펀드의 수익률 보장대책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중공업, 대우전자, 대우통신, 오리온전기등 워크아웃 4사의 회사채, CP에 대해 금감위는 자산, 부채 실사결과에 따라 할인하면서 채권단이 지급을 보장, 정상채권으로 만들 방침이다. 또 이 채권은 정상채권인 만큼 현재의 대우채권에서 제외시켜 환매가 제한되는 대우채권 비율을 낮출 방침이다. 이들 4사의 무보증 CP, 회사채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전체 대우그룹 무보증 회사채, CP 20조원 규모의 약 50%가 정상화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현 투신사태의 핵심인 대우부실분의 상당부분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에 금감위는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비대우채권 부분에 대해서도 금감위는 어떠한 형태로든 일반법인과 개인투자자들에게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 조기환매를 억제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이같은 대책들이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발표돼야 증시붕락과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