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폭증하는 국가채무


재벌로 도약하려던 그룹 하나가 1990년대 중반에 부도로 쓰러졌다. 피해액 6,000억원 이상. 당시까지 최대였다. 금융권 부실화와 기업 연쇄부도라는 파장에도 총수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총대출금이 적어서 금융당국이 쉽게 부도처리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대출의 대마불사론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대마불사 대출로 가장 성공한 사람은 율리우스 카이사르. 청년 시절부터 야심가였던 그는 사교계와 부하들에게 물쓰듯 돈을 뿌렸다. 물려받은 재산도 모자라 거금을 빌려 쓰기 일쑤였다. 빌려준 금액이 불어나 불안해진 채권자가 변제를 요구하자 카이사르는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겠다고 맞서 오히려 더 빌려냈다. 그는 빚을 갚았을까. 반은 갚았다. 갈리아 정복으로 얻는 전리품 덕분이다. 나머지 반은 정확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막대한 돈을 빌려줬던 크라수스가 전사했다는 사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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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씀이가 순식간에 불어난 나라로는 16세기의 스페인과 18세기 영국이 손꼽힌다. 대항해 시대를 열어젖힌 스페인은 욕심이 컸다. 산업보다는 전쟁에 국력을 쏟은 탓에 신대륙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금은보화로도 지출을 감당치 못하고 국왕이 5차례나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끝에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져갔다. 영국은 세계의 제국으로 발돋움하면서 스페인 이상으로 지출이 늘어나 산업혁명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웠으나 재정ㆍ금융혁신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최초의 초장기 국채와 중앙은행ㆍ주식시장의 발달이 국왕에 대한 의회의 우위라는 민주주의의 발달과 함께 이뤄졌다.

△광의의 국가부채가 1,273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ㆍ1,272조원)을 넘어버렸다.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나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재원 조달이 불투명한 복지 확대에 매달리고 국채발행을 통한 추경을 추진한다는 소식과 카이사르식 대마불사 대출이 오버랩된다. 세계의 경찰이며 기축통화 발행국인 미국이라면 통할 수 있을지 모르되 안 될 일이다. 전세계 국방비의 절반을 쓰는 미국이 16세기 스페인과 닮아가는 상황에서 선택은 자명하다. 부채를 줄이려 노력하고 재정혁신에 나서자. 후대에 짐을 물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권홍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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