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캔자스 시티의 한 쇼핑센터 주차장에서60대 여성의 핸드백을 소매치기하려던 범인을 뒤쫓다 숨진 한인 고(故) 우홍식씨에대해 한인 커뮤니티는 물론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추모기금 모금 등 애도물결이 일고있다.
어린 시절 캔자스 시티로 이민와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한 뒤 플랫폼 광고회사에서 비디오 편집자 겸 프로듀서로 근무해 온 우(29. 미국명 조나단 우)씨는 지난 5월 20일 캔자스 시티 타깃 주차장에서 60대 여성의 핸드백을 소매치기해 달아나던범인을 쫓다 사고를 당한 뒤 지난 8일 내출혈로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일 주차장에서 브래드 조셉 존스(26)에게 핸드백을 강탈당한 루스 펙(60)의 비명을 들은 우씨는 곧바로 범인을 뒤쫓았고 범인이 차에 올라달아나려는 순간 범인의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했다.
이에 존스는 우씨의 머리를 팔로 감은 채 고속으로 차를 운전했으며 이로 인해우씨를 매단 채 달리던 차량이 인근 건물 벽을 들이 받기 전 우씨가 몸을 빼낼 수없는 상태였다.
우씨는 인근건물 벽과 차 사이에 끼어 부상해 쓰러졌고 이후 주변사람들이 범인을 추격해 경찰에 넘겼으나 우씨는 병원에서 수차례 수술 끝에 끝내 사망했다.
캔자스 시티 스타의 보도에 따르면 우씨가 사망하기 전 병원을 매일 방문하며우씨의 회복을 빌었던 루스 펙은 우씨의 행동이 인간에 대한 믿음을 새롭게 해줬다며 "그는 세상을 떠났으나 언제나 나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펙은 "그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으며 그에 대한 기억이 영원히 살아있기를바란다" 며 골드뱅크 지점에 우씨를 위한 추모 기금 계좌 '의로운 시민 조나단 우'를 개설하고 추모 기금 모금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은행 담당자인 크리스티 스탠포드는 10일 성금 기부자 가운데는 오빠와 함께온 두 어린 소녀가 있었다며 이들이 기부한 50달러 11센트는 "돼지 저금통을 깨서가져온 돈으로 보였다" 고 말했다.
스탠포드는 10일 오후까지 집계된 금액은 1천700달러지만 13일 이후 우편으로도착하는 성금들이 집계되기 시작하면 기부액이 훨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사고가 발생했던 상가에서는 우씨에 감동한 상인들이 사고후 그와 가족들위한 기금 모금을 시작했다.
사고 현장 근처의 상점에는 "존 우(조나단 우의 애칭)를 기리며.. 우리는 온 마음으로 존의 가족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는데 이 상점의 주인 제니퍼 베이커는 "그를 알지 못하지만 그의 죽음에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라고 안타까워했다.
베이커는 "인근지역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우씨 가족을 위한 돈과 선물을 기부하고 있다. 모두의 힘을 모아 우씨 가족을 돕고 싶을 뿐" 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캔자스 시티 지역의 FM 라디오 97.3 은 10일 오전부터 기금 모금 방송을개시, 11일 오후까지 2만3천달러를 모금했으며 5만달러를 목표로 계속 이를 실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캔자스 시티 한인회와 우씨가 다니던 한인 교회 등을 중심으로 한인커뮤니티에서도 우씨 가족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씨의 친척으로 10년간 함께 야구를 하는 등 가까운 사이로 지내온 캔자스시티한인회 체육 부장 이성실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등 성실한 사람"이었다며 "4월 말 집을 산 뒤 이사할 것을기대하고 있던 우씨가 이같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돼 가슴 아프다"라고 말했다.
장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성실씨는 지난 10일 장례식 준비는 끝났다며 우씨의장례식은 루스 펙의 아들이 목사로 담임하고 있는 홀리 크로스 루터 교회에서 14일오후 2시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캔자스 시티 지역 일간지인 캔자스 시티 스타는 11일, 12일 연속으로 관련기사를 통해 우씨와 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사진과 함께 크게 보도했다.
지난 4월 말 새집을 계약한 우씨는 이사 예정일을 2일 앞두고 사고를 당했는데그의 미국인 아내 스테파니는 "오는 8월 태어날 아기를 위해 새 집을 칠하고 수리하며 남편이 정말 즐거워했다"면서 "그러나 정작 남편은 이 집에서 하룻밤도 지내보지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라고 슬퍼했다.
또한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한때이들 부부의 꿈을 키워나갈 공간으로 생각했던 새집 역시 팔아야 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스테파니는 보험으로 커버되지 않은 우씨의 의료 비용을 범죄 피해자들을 위한미주리주의 기금으로 지불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지난 2001년 존슨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우씨를 만나 결혼한 스테파니는"남편은 아빠가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가 태어날 아기를 보지 못하게 된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면서 "비록 아기는 아빠를 알지 못하겠지만 내가 남편을 자랑스러워하는 만큼 아기가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바란다"라고 말했다.
스테파니에 따르면 우씨는 몇달 전 자신의 어머니가 주변의 아무런 도움이 없는상태로 핸드백을 날치기 당했던 것에 대해 무척 분노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캔자스 시티 스타는 또 우씨는 언제나 남을 돕고 아끼는 사람으로 친척중에 일손이 필요하면 늘 달려갔고 어머니 가게 일도 열심히 돕는 성실한 사람으로 소문나있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친구들과 동료들은 우씨의 행동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플랫폼 광고회사 동료이자 친구인 제이슨 커쉬너는 "그다운 행동" 이었다며 "존 같은 사람이 더 많다면 세상은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또 고등학교때부터 친구로 사귀온 저스틴 스테로우는 "그는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가장 선하고 가장 겸손한 사람이었고 또한 그는 내가 함께 일해본 가운데 가장재능 있는 비디오 편집자였다"라며 우의 죽음을 아쉬워했다.
평소 애니메이션 공부에 열성을 보였던 우씨는 픽사(Pixar) 같은 대형 스튜디오에서 애니매이션 작업을 하는 것이 꿈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씨의 사망 이후 존스에게는 1급 살인 혐의가 추가됐는데 유죄가 확정될 경우종신형을 선고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카고=연합뉴스) 이경원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