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과 형식에서 미흡한 점이 없지 않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규제개혁을 시대의 화두로 삼았다는 점에는 아무리 후한 점수를 줘도 모자람이 없다. 반드시 성과를 내기 바란다. 국민들도 정부가 힘낼 수 있도록 성원을 보내야 한다.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 엔진 재점화는 십수년째 국민소득 2만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성급하거나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이제 대장정의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비록 가시적인 성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 사회의 대각성이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마인드 변화는 물론 업무량 폭증까지 넘겠다는 각오가 요구된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모범사례로 지목했던 2004년 LG디스플레이의 파주 생산시설처럼 15개 부처가 쌓이고 쌓인 규제를 단박에 해소하려면 업무가 크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정치권의 협력도 필수조건이다. 박 대통령의 지적대로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 신설은 규제개혁을 반쪽짜리로 만들 수 있다. 약속했던 각종 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정치로 규제개혁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강권할 수 있겠나. 다른 걱정도 있다. 강력한 수단일 뿐인 규제개혁이 그 자체로 목적이 돼서는 안 될 일이다. 짝퉁 부품이 들어간 국산무기처럼 규제완화의 역설 사례도 있지 않은가. 마라톤 경기를 단거리 뛰듯 달린다면 바로 지쳐 쓰러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