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기 침체로 금융 양극화 더 심해졌다

자산 1억 미만은 투자일임 금액 줄고 1억 이상은 늘어


경기 침체 여파로 금융 중산층과 고액자산가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9일 서울경제신문이 KDB대우증권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주요 증권사의 투자일임계약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일임자산 1억원 미만 고객의 평균 계약 금액은 줄어든 반면 1억원 이상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1억원 미만 고객의 1인당 평균 일임 계약 규모는 지난 6월 559만원에서 9월 473만원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1억~3억원 구간의 1인당 평균 일임 계약 규모는 1억2,934만원에서 1억4,586만원으로 늘었다. 3억~5억원에서는 3억605만원에서 3억4,692만원으로, 10억원대 구간은 31억5,435만원에서 34억2,835만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50억원 이상 구간은 95억원에서 115억원으로 석달 만에 무려 20억원이나 늘어났다. 1억원 미만을 투자하는 중산층의 금융자산은 감소한 반면 고액 자산가의 자산은 더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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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계약 건수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했다. 1억원 미만 투자계약 건수는 6월 56만6,566건에서 9월 56만4,677건으로 소폭 줄어든 반면 1억~3억원 구간은 1만2,665건에서 1만3,852건으로 증가했고 3억~5억원 미만은 1,940건에서 2,120건으로, 10억원대 구간은 747건에서 799건으로, 50억원 이상은 132건에서 143건으로 늘어났다. 100억원 이상도 59건에서 79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금융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경기 침체로 중산층의 자산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 연구위원은 "경기 성장이 둔화될수록 고액자산가보다는 중산층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며 "중산층의 자산이 전체적으로 축소되면서 금융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투자일임계약 규모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올해는 실물 경기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도 컸다"며 "고액자산가층은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여력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금융자산 투자 비중을 조금씩 늘리고 있지만 중산층은 그렇지 못해 반대 흐름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산층이 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제한적인 점도 양극화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한 증권사 랩 운용담당자는 "증권사의 일부 랩 상품의 경우 최소 가입금액이 수 천만원에 이르고 중산층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펀드나 소액 적립식 랩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향이 계속될 경우 금융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선진국은 경기 침체기에도 중산층이 소액으로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채권 상품이 많은 편인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중산층이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중산층을 위한 맞춤형 상품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는다면 금융 양극화 현상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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