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성장이냐… 균형이냐…" 수술대에 오른 경제개혁 모델

[슈퍼파워 중국의 선택- 17기 5중전회] <상> 대전환의 기로<br>성장만 고집 땐 사회불안 불보듯<br>수출서 내수주도형 전환 예상속<br>소비능력 확충등 여건조성 과제로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머리를 맞대고 세계안보ㆍ기후변화 등 국제질서를 논하는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한 동력은 단연 경제패권에 있다.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미국 등 주요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사이 중국은 2조5,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의 외환보유액 등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4조위안의 경기부양자금을 쏟아부으며 올 상반기 두자릿수 성장률의 급속한 'V'자형 경기반등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 같은 화려한 경제 성적표 뒤에 도사리고 있는 성장구조의 내외부 모순이 중국을 갈수록 옥죄고 있다는 데 중국 정부의 짙은 고민이 배어 있다. 중국이 올 들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것은 개혁ㆍ개방 이후 30년간 지속된 저임금에 기반을 둔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런 성장방식은 밖에서는 미국 등 서방국의 무역마찰 확대를 야기했고 안으로는 빈부, 지역, 도농 간 소득격차를 확대시키며 내부 모순이 불거지게 만들었다. 세계 경제 2위국인 중국 전체 인구의 30%가 절대빈곤층인 현실은 몸뚱이만 비대한 공룡을 상징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시작되는 12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의 최우선 사안으로 수출주도형 경제를 내수중심의 경제로 바꾸겠다고 밝힌 것은 이대로 가다가는 지속적인 성장은커녕 사회불안이 야기되며 경제기반 자체가 와해될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내수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은 인민 저변의 소비능력을 확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순조로운 경제구조 개혁 진행 여부와 개혁 강도가 글로벌 패권전쟁 격화 혹은 휴전을 통한 공존 모색의 계기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조개혁이 실패하면 반개혁 역풍으로 성장모델 중심으로 되돌아가면서 현재보다 더 심한 국제적 경제분쟁을 야기할 우려 또한 크다. 그동안의 정부투자, 수출주도 모델에서 독과점 국영기업, 자본가, 이들과 결탁한 공무원 등은 잔뜩 배를 불려왔지만 대다수 농민공 등 인민들은 저임금에다 복지마저 사각지대로 내몰리면서 소외돼왔다. 이러다 보니 농민ㆍ도시근로자 등의 소비여력은 개방 이후 급속하게 감퇴돼온 게 현실이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들이 소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베이징 소재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반 기업의 대졸 초임은 월 3,000위안 안팎이지만 공산당 간부 등 뒷배경이 있어야 들어가기 쉬운 국영은행의 월급은 3만위안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임금ㆍ단체협상권을 부여해 임금인상을 유도하고 사회복지 재원을 대폭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5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인력자원개발장관급 개막식에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개념을 밝히면서 이번 회의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개혁개방으로 국가는 부강해졌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지역ㆍ계층 간 갈등과 소외된 인민도 같이 돌봐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이 개념의 골자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 사무소의 주희곤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12차 5개년 계획의 핵심은 수출주도형 성장에서 내수주도형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소득재분배를 강화함으로써 소비능력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모델 전환이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성장과 균형의 두 마리 토끼를 잃을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내수중심으로의 경제구조 전환은 지난 11차 5개년 계획에서도 도입된 개념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다시 수출지원책에 나서고 막대한 돈을 풀면서 정부투자 주도의 성장방식이 그대로 답습됐다. 이 과정에서 국영기업의 구조조정은 뒷전으로 밀렸고 당장 성장률 제고에 도움은 되지만 그렇지 않아도 과잉생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철강ㆍ시멘트 산업에 자본이 투입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번 17기 5중전회에서도 포용성장은 선언적 의미로 그친 채 양적 팽창만 지속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츠푸린 중국 개혁발전연구소장은 "중국은 여전히 총량 목표달성이라는 강박관념 아래 정부투자와 수출위주의 성장모델 구조를 깨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번 5개년 계획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보유세 도입 등 정부 세원 강화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조치도 부동산 자본가 등 기득권의 반발과 지방정부의 로비 등으로 실현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