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대학등록금 문제 해결의 선결과제


청년실업과 대학등록금 문제는 우리 사회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서 공부하지만 정작 취업은 못하는 청년실업자가 태반이라 문제다. 우리나라 15세 이상 24세 이하 청년층의 고용률은 2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고액 사교육비,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 대학을 졸업해도 백수를 면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청년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뒷바라지했던 부모의 허탈함은 보기조차 안쓰럽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가. 상아탑(象牙塔)을 빗댄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학등록금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여론이 나쁘지 않았다. 학비가 많이 들어도 대학을 나오면 어느 정도 취업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실업률 2~3%대의 거의 완전고용 상태였다. 특히 대졸자의 고용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미리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인사담당자가 대학에 줄을 서던 '입도선매(立稻先賣)'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고용관행이 사라졌다. 기업은 더 이상 고용을 늘리려 하지 않는다.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비정규직으로 채우려 한다. 외환위기 이후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는 변질된 채용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다.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도 이때부터 생겨났고 '고용 없는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오늘날 청년실업과 대학등록금 문제가 이처럼 악화된 배경에는 비정상적인 채용문화가 있다. 지난날 IMF 충격에서 비롯된 기업들의 내면적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처방도 백약이 무효다. 아직도 남아 있는 부정적 잔재를 하루속히 걷어내야 한다. 청년실업이든, 대학등록금이든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기업의 정서도 아우르고 청년들의 희망도 감싸 안는 범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외환위기의 명암을 되돌아보고 아픈 상처를 보듬고 위로하는 사회적 합의기구 설치를 제안하고 싶다. 예를 들면 대통령 직속 '채용문화혁신범국민대책회의' 등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기업들의 고용에 대한 거부감을 불식시키고 청년실업과 대학등록금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자. 산업계ㆍ언론ㆍ대학ㆍ시민단체 등 각계가 합심해 지난날의 아픈 상처를 씻어내는 일부터 시작하자. 그러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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