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이수민기자 noenemy@sed.co.kr
5년 전 사법계를 넘어 나라 전체가 떠들썩한 일이 있었다. 복직 소송 결과에 불만을 지닌 사람이 법관을 향해 석궁을 쏜 이른바 ‘석궁테러’ 때문이었다. 오는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부러진 화살’은 잊혀져 가던 이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수 차례 재판을 거쳐 혐의가 확정(징역 4년)된 결과에 대해 영화는 지극히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는 듯 하다. 작품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사법부가 사건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테러라고 규정했고 이는 자기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오만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소리다. 그렇다면 정 감독은 석궁테러의 장본인이 2007년 1월 15일 오후 6시 30분께 회칼과 석궁, 그리고 활을 가지고 재판장의 집 앞으로 간 게 누군가 꾸며낸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또한 속옷과 내복, 상의 조끼를 단번에 뚫은 상처 때문에 입원해 있었던 재판장은 ‘사법부의 오만함’을 위해 꾀병을 부렸단 이야기인가. 정 감독의 설명은 앞뒤가 맞질 않는다.
개봉 1주일 전부터 트위터는 이 영화로 떠들썩하다. ‘제 2의 도가니’, ‘사법부에 빅엿을 날리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국민을 어떻게 범죄자로 만들어가는지 똑똑히 보시게 될 겁니다”라는 한 트위터리안의 말은 섬뜩하기 까지 하다.
홍보관계자는 “영화 속에서 구체적으로 사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한 부분은 없다”며 “캐릭터를 영화적 인물로 재창조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과 영화가 어느 부분이 다르다고 지적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영화는 영화로 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내세울 거라면 영화가 마치 사실인양 호도하는 홍보 전략은 모순이 아닐까.
당시 재판장과 함께 소송을 담당한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사건 발생 직후 이렇게 글을 썼다. “당사자를 배려하고 그의 입장에서 고민하면서 안타까워했는데도 그 반대로 편파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재판과 판결을 했다는 평가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 법과 양심과 소신에 따라 재판을 했는데 되려 피습을 당하는 이런 현실 앞에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현실을 뭉개는 영화,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