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과 인도네시아에 잘못된 정책을 적용해 오히려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냈다고 28일 공개된 IMF 보고서가 밝혔다. 그동안 IMF 안팎에서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잘못된 경제 예측과 처방으로 아시아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비난이 흘러나왔지만 공식 보고서를 통해 IMF가 실패를 자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MF 산하 `독립평가국`이 제출한 이 보고서는 IMF가 외환위기를 뿌리뽑는다는 목적에 치중한 나머지 이들 국가에 고금리와 긴축 재정을 무리하게 추진함으로써 실물 경제를 피폐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는 남미와는 달리 국가 부채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도 불구, 긴축재정을 강요함으로써 기업 활동과 소비심리를 위축시켰고 이에 따라 마이너스 성장을 촉발시켜 한국 내에서 개혁에 대한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은 본보가 지난 98년 9월 15일 한국에 대한 IMF의 처방의 잘못을 지적하며 IMF 내부 이사회 문건을 국내 최초로 발췌해 `IMF, 아시아 외환정책 실패 자인`이란 제목으로 특종 보도했던 내용을 재확인해 주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몬테크 싱 아흐루알리아 독립평가국장은 IMF가 당시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에 적용한 정책 가운데 “일부가 정당성이 결여된 것”이라며 한국에 강요한 긴축재정 정책을 대표적 예로 지적했다.
그는 또 아시아 경제위기 와중이던 지난 98년 해외 자본이 대거 빠져나감에 따라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이 13% 위축되고 한국의 경우 마이너스 6.7% 성장에 그쳤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럼에도 IMF는 한국에 대해 미미하나마 플러스 성장이 기대된다는 식의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IMF가 앞으로 외환위기 국가에 대해 고강도 처방과 함께 기업 투자활동, 수요 촉진 등 실물 경제 살리기와의 밸런스를 맞추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