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블랭크페인(사진)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가 현재 시장여건이 채권시장이 붕괴한 지난 1994년 상황과 유사하다며 당시와 같은 급격한 금리상승 가능성을 제기했다.
블랭크페인 CEO는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자산운용협회 후원회의에 참석해 "금리를 둘러싼 최근의 환경이 1994년과 유사하게 돌아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1994년 2월 3%에서 1년 뒤인 이듬해 2월 6%로 무려 3%포인트나 급등했다. 하락세를 보이던 세계경기가 1993년부터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3년 동안 유지했던 저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출구전략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994년 초 6%에서 연말에는 8%까지 치솟았고(국채 가격 급락), 채권과 주가 폭락으로 시장이 붕괴되다시피 하며 월가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봤다. 당시 골드만삭스 역시 자산가치가 급락하는 바람에 자금마련을 위해 지분 일부를 하와이의 신탁기금에 넘겨야 했다.
블랭크페인의 이날 발언은 현재 미국의 경제지표가 엇갈린 신호를 보이며 시장에 혼란을 주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향후 경기가 회복세로 가닥을 잡을 경우 연준이 통화기조를 양적완화에서 긴축으로 급전환하는 데 대한 경계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후 성명에서 "노동시장 전망이나 인플레이션 성황 등에 맞춰 채권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매입속도를 줄이겠다"는 애매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블랭크페인은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지만 현재 미국은 심리적 디플레이션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잠재된 상황에서 연준의 행동은 적절하다"고 연준의 양적완화 기조 유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디플레이션이 시작되면 경제에는 더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