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통합 앞둔 정금공, 신임 사장 이야기 왜 나오나

산업은행과 통합을 앞둔 정책금융공사 사장을 새로 뽑는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금 사장 자리는 지난해 10월 진영욱 사장이 조기에 물러나면서 3개월째 공석이다.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당연하지만 통합되는 공기업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두 국책 금융기관의 통합을 추진하는 금융위원회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나 신임 사장의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명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3개 공기업 신임 사장 자리를 소문으로만 떠돌던 정치권 인사들이 실제로 꿰찬 기억을 떠올리면 이번 내정설을 그저 풍문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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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동안 정금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반대해왔다. 유사한 기능을 2개로 나눠 운영하는 게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개혁에도 역행한다는 판단에서다. 지역을 옮긴다고 해도 기능중복의 폐해를 해소할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 이명박 정부 시절 산은과 정금을 분리한 것은 산은 민영화를 위해서다. 정책목표 달성이 실패하고 새 정부에서도 산은을 민영화할 뜻이 없다면 원대 복귀시키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도 정치논리와 지역이기주의가 얽히면서 묘한 상황에 처한 게 정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선박금융공사의 부산 설립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논란에 휩싸이자 꿩 대신 닭이라는 식으로 부산지역 정치인들이 정금 유치에 기를 쓰고 달려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장 인선은 정금 존속 주장에 힘을 보탤 뿐이다. 통합 근거법인 산은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늦어져 수장을 오래 비워둘 수 없다는 논리는 군색하다. 염불보다는 잿밥에 눈독을 들인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설령 통합법이 6월 지방선거 이후에 국회 관문을 통과한다 해도 신임 사장을 뽑아야 할까. 조직의 운명이 달라지는 마당에 새 사장이 온 힘을 쏟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금융당국은 인선에 한눈팔지 말고 관련법 통과를 위해 국회를 설득하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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