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도권 광역버스 '머나먼 통합관리'

컨트롤타워 없어 같은 구간 요금 제각각…

"노선 조정 등 다룰 광역교통청 신설 서둘러야"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승연씨는 서울 광화문에서 집으로 갈 때 가급적 9401번 버스를 탄다. 집으로 가는 버스는 5500번 등 다양하지만 9401번의 요금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9401번은 서울시 면허를 받은 버스여서 요금이 1,950원인 데 비해 5500번은 경기도 면허를 받은 버스로 요금이 2,100원이다.

올 초 김포시는 서울시에 광역버스 신규 노선의 추가 진입을 요청했다. 김포 한강신도시 개발로 이주민이 늘면서 서울시로 이동하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재 교통량이 과다한 상태라며 김포시의 요청에 동의하지 않았다. 김포 한강신도시는 이주민이 늘고 있지만 버스 노선이 증설되지 않아 출퇴근시 버스의 혼잡도가 경기도 다른 지역보다 특히 심하다.


수도권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요금과 버스 노선에 대한 광역시도 간 협의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교통체계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어 혼란이 심해지고 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광역노선 조정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광역교통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지난 4월 발의했지만 6개월이 넘도록 국회에 발이 묶이는 바람에 효율적인 광역교통체계 수립이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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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과 경기도 간 광역버스 교통체계를 논의하는 조직은 수도권 교통본부다. 하지만 이 조직은 서울시와 인천시·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의 조합으로 구성돼 권한이 없고 의견충돌을 중재할 역량도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역버스를 두고 지자체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서울 유출입 노선버스의 증차와 노선 신설에 대해 서울시가 부동의해 의견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비율이 72%에 달한다. 김포 한강, 파주 운정, 인천 송도 등 경기도 신도시에서 2011~2013년까지 3년간 서울시에 노선 버스 증차와 신설을 572건 제의했지만 서울시는 이 가운데 159건만 동의했다. 413건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돌려보내 노선의 증차와 신설이 무산됐다.

또 광역버스의 노선 설정과 요금조정, 면허권 발급을 지자체에서 따로 하다 보니 유기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같은 지역을 오가는 광역버스라도 서울시 면허를 받은 버스와 경기도 면허를 가진 버스의 요금이 다르다. 일부 버스는 노선이 중복되지만 서울시와 경기도가 노선 변경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2009년 국토부가 좌석제 정착을 위해 광역급행버스(M버스)를 도입하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광역급행버스는 국토부에서 면허를 발급 받아 운영 중인 만큼 면허 발급주체가 서울시·인천시·경기도·국토부 등 4개 지자체와 부처로 분리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 의원이 광역교통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광역교통청에서 광역버스의 면허와 노선 조정, 통합요금 정산 등 교통체계를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업무를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하지만 중앙조직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는데다 지자체의 권한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국회 내에서도 의견이 합의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7월 광역버스 입석 금지에 대한 후속조치로 국토부와 지자체가 거점노선 신설, 요금인상 등 중요한 정책들을 세워야 하는 만큼 하루빨리 광역교통청이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광역 지자체 간 교통체계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자체별로 분리돼 있다 보니 혼란이 크다"며 "광역버스 요금인상과 노선 조정 등 중요한 현안들이 많은 만큼 지역별로 이해관계가 다른 사안들을 조정하고 관리할 광역교통청 신설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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