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영세업체에 '슈퍼 갑질' 건보공단 직원 쇠고랑

"건보료 감면해 주겠다" 10여곳서 돈 뜯어내

뇌물 요구 불응 업체는 폐업 … 검찰 구속기소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 건강보험료 감면 대가로 영세업체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다가 쇠고랑을 찼다. 이번 사건으로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신뢰성 하락과 함께 건보공단의 관리 감독 기능 부실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경상남도 김해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영세 업체들은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한 직원으로부터 상식 밖의 요구를 받았다.


같은 해 4월부터 국민건강보험 김해지사 자격부과팀에 근무하게 된 A씨가 "건보료를 감면해 줄테니 돈을 달라"고 말한 것.

사실상 1인 사업장을 운영해 직장가입자에 가입하지 못해 소득에 따라 건보료가 매달 달라지는 지역가입자인 영세업체들은 A씨의 요구를 뿌리치기 어려웠다.

A씨는 건강보험료 산정과 결정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예상 추징 건보료를 부당하게 과다 계산할 경우 영세업체들이 이를 부담할 수 없다는 약점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했다.

결국 대다수 업체들은 A씨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뇌물을 상납했다. A씨가 김해지사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 1년 6개월 가까이 이런 식으로 10여곳이 넘는 업체들로부터 받은 금액만 2,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요구에 불응한 업체는 3,000만원 상당의 추징 건강보험료 처분 등을 받고 결국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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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 못한 업체 관계자가 청와대에 진정까지 제기했지만 A씨의 파렴치한 범행이 드러난 건 그가 김해지사에서 부산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긴 이후였다.

국민건강보험 공단은 지난해 4월 A씨의 비리를 포착하고 파면 처분과 함께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이후 A씨의 가족 등에 대한 전방위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뇌물을 건넨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고발장에는 A씨는 수백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만 기재돼 있었지만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총 2,500만원의 뇌물을 총 12곳의 업체로부터 받았고 추가로 수백만원의 뇌물을 요구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1년이 넘는 수사 끝에 A씨를 최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A씨에게 뇌물을 건네고 보험료를 감면받은 업체 관계자 10명의 경우, 어쩔 수 없이 뇌물을 건넨 점 등을 고려해 벌금만 내는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업체들로부터 받은 돈을 모두 개인향응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다른 뇌물 사건과 달리 공여자가 먼저 제의한 것이 아니라 피의자가 영세업체들을 상대로 자신의 권한을 악용한 범죄"라며 "피의자의 범행으로 국민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훼손돼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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