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빌딩. 효성데이타시스템 직원들은 얼굴을 마주하기가 어려웠던 했던 회사 고위관계자와 이제 스스럼없는 사이가 됐다. 그가 공덕동에 있는 그룹 사무실 대신 이곳에서 매일 살다시피하며 인터넷·정보통신 등 신사업에 열의를 보이자 한 식구로 받아들인 덕분이다.그는 바로 조현준(趙顯俊·32) 효성그룹 전략본부 상무. 조석래(趙錫來)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전략본부에서 그는 그룹의 경영혁신과 새롭게 진출할 신사업 분야를 집중 탐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청담동에 있는 효성데이타시스템·효성 인포메이션시스템·효성컴퓨터는 趙상무의 싱크 탱크 역할에다 사업화 여부를 탐지하는 손발역할을 겸하고 있다.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의 외아들 재용(在鎔·32)씨.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수업 중인 재용씨는 최근 새롬기술과 삼성전자간 전략적 제휴 등 인터넷 벤처 사냥을 주도할 정도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물산·삼성SDS·삼성경제연구소 등 그룹 내 인터넷 전략을 사실상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용씨는 자신에게 인터넷 전략을 조언하는 사실상 「이재용 만들기」팀을 삼성생명 내 10명 규모로 구성, 서울 강남에 사업전략을 구상하는 사무실을 두고 있다.
신사업까지 나가지는 않았지만 동국제강의 변신도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이다.
지난 9일 보수적이기로 이름난 동국제강에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고위임원이 서울사무소 전직원을 대상으로 「TPM 생활화를 위한 정신교육」 강의 중 인기가수 이정현의 「바꿔」 뮤직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이는 올 1월 대권을 쥔 장세주(張世宙·46) 사장이 주도하는 변화의 일부다. 디지털·정보화 시대에 맞춰 그룹 내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고 지난해 인사에서는 40대 임원들로 대거 물갈이했다.
한솔의 3세 조동만(趙東晩·47) 부회장, 제일제당의 이재현(李在賢·40) 부회장, 코오롱의 이웅렬(李雄烈·44) 회장 등도 디지털 경영자임을 자처하는 데 전혀 손색이 없다.
디지털 혁명의 시대는 산업을 주도할 경영자의 세대교체를 재촉하고 있다. 재계3세들이 인터넷과 정보화 등 디지털 마인드를 명분으로 등장을 선언하고 있다. 이들은 그룹 내 미국 유학파 출신 인재 20~30명의 초정예 싱크탱크를 테헤란밸리 등에 두고 이들을 그룹 내 차세대 경영주역으로 육성시키는 등 자연스런 세대교체를 소리없이 이루어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로 해외에서 공부한 차세대 총수들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사업 진출은 그룹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어쩌면 당연한 추세』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은 산업혁명에 비견되는 트렌드로 모든 사업의 수단』이라는 SK㈜ 최태원(崔泰源) 회장의 주장이 맞는다면 이제 이들 디지털 경영자에 의한 디지털 전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