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포퓰리즘 경쟁, 재정준칙으로 막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본격적인 포퓰리즘 경쟁에 나섰다. 최근 한나라당이 발표한 좌클릭 '뉴비전'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야당의 무상복지를 수용하고 중도좌파까지 외연을 확대함으로써 포퓰리즘 경쟁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비쳤다. 민주주의 이상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다. 대의정치가 포퓰리즘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당선되는 것이 궁극의 목표인 정치인들에게 인기영합적인 정책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여기에는 좌파와 우파의 구별이 없고, 야당과 여당의 차이도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포퓰리즘 정책을 꽃피웠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책의 포퓰리즘화(化)는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와는 달리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난 2008년 5월 촛불집회 사태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자 서민ㆍ부동산ㆍ교육ㆍ농민ㆍ고용 등 전 분야에서 친서민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연이어 펼치고 있다. 인기영합적 정책은 대부분 선심성 퍼주기 정책인 만큼 재정 팽창적이고 재분배적인 성격을 띤다. 또한 시장경제를 억압해서 낭비, 비능률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사회를 강자와 약자로 구분해서 다수를 차지하는 약자를 돕는 정책을 택함으로써 빈부 간,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한다. 무엇보다도 포퓰리즘은 수급구조가 불안정하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포퓰리즘 정책의 공급 측인 정치권에는 무제한의 집권 욕구가 있다. 반면 수요 측인 유권자들은 공짜 정부서비스에 대한 탐욕스러운 기대가 있다. 포퓰리즘 정책이 막대한 예산낭비를 수반하며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원인도 이 같이 절제되지 않는 수급구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ㆍ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여러 나라들이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재정을 탕진하고 정치ㆍ경제ㆍ사회가 항상 불안정하다. 최근에 그리스ㆍ아일랜드 등 남유럽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맞는 주요 원인도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의 폐해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선거법에 따르면 유권자를 자기 돈으로 매수하더라도 부정선거로 처벌된다. 정치인들이 제 돈도 아닌 국민의 혈세를 자신의 당선을 위해 쓴다면 그것은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며 파렴치한 짓이다.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서 국민을 매수하는 포퓰리즘은 망국적인 매표행위인 만큼 억제돼야 한다. 그런 정책은 단기적으로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와 경제에 해롭다. 시장경제에서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발생하듯이 민주주의의 위대한 이상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은 더 이상 국민을 위한 정책을 생산하지 못하는 '정치실패(political failure)'라고 하겠다. 포퓰리즘의 해악을 줄이기 위해 우선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 공급을 차단해야 한다. 대부분의 포퓰리즘 정책들은 재원조달의 문제에 봉착한다. 따라서 정치권에서 새로운 포퓰리즘 정책을 도입하려고 할 경우에 반드시 구체적인 재원조달방안을 제시하게 해야 한다. 재정적자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세입증가율 이내에서 세출증가율을 억제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선진국에서는 '재정준칙(fiscal rule)'이라는 법적 기반을 가지고 지출행위를 억제하고 있다. 독일은 세입과 세출을 비교하는 재정수지 준칙, 스위스는 세출측면을 규제하는 지출준칙을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재정준칙을 법으로 만들어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제안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그러나 예산안은 국회에서 확정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이러한 재정준칙을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재정준칙의 법제화도 어렵지만 법의 집행도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망국적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정치권에 압박할 수 있는 국민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정책의 수요 측인 유권자들도 공짜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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