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21일] '제일화재 인수사건'의 교훈

메리츠금융그룹이 제일화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메리츠화재ㆍ메리츠종금이 인수를 주도하고 있고 한진중공업 계열사인 한국종합기술ㆍ한일레저가 우호세력으로 가담해 이미 11.4%의 지분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메리츠금융은 지난 17일 5.0% 이상 지분확보 공시를 한 이후 영업일 기준 5일간은 추가로 주식을 매입할 수 없는 냉각기간에 놓여 있다. 하지만 제일화재 최대주주인 김영혜 이사회 의장이 20.0%의 지분을 메리츠금융에 매각하지 않을 경우 냉각기간이 끝나는 오는 24일 이후부터 추가로 주식 매입에 나설 태세다. 메리츠금융은 ‘곰의 포옹(Bear’s Hug)’과 ‘새벽의 기습(Dawn Raid)’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곰의 포옹’은 사전 예고 없이 매수자가 인수대상 기업의 경영진에 편지를 보내 매수 제의를 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마치 곰이 몰래 껴안듯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데서 이 같은 이름이 생겼다. ‘새벽의 기습’은 인수대상 기업의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여놓고 기업인수 계획과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인수합병(M&A) 전략이다. 결국 메리츠금융은 24일까지는 ‘곰의 포옹’ ‘새벽의 기습’ 전략을 전개하다가 제일화재 김 의장이 인수제안을 거부할 때에는 ‘적대적 인수’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허를 찔린 제일화재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부 경영진들은 미국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KT&G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KT&G 경영진을 협박했던 전략을 메리츠금융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종 업체가 하루 아침에 사냥꾼이 돼 어제의 친구를 배신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분노도 배어 있다. 제일화재 김 의장이 지분매도 거절의사를 밝힌 만큼 25일부터는 지분율 추가확보를 위한 양측의 주식매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보험 업계는 이번 ‘제일화재 인수 사건’을 통해 교훈을 얻고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은행ㆍ증권 등 다른 금융회사들은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시장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손보업체들은 이렇다 할 M&A 없이 생존을 이어왔다. 제일화재 인수사건은 손보업계에도 M&A 태풍이 휘몰아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주주자본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회사, 경영실적이 열악한 회사, 주주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회사 등은 언제든지 사냥꾼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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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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