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윈도XP 종료한 MS "정품 사라" 압박

학교·유치원 등에 무차별 요구

"한국사용자 봉 취급" 거센 반발

막무가내식 불법품 단속… 실적악화 부담 떠넘기나


# 서울 서초동의 A특허법인. 최근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내용증명서를 받았다. 정품 소프트웨어(WS) 사용을 확인한다는 내용이었다. 사무실에서 정품 윈도7을 사용하고 있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얼마 뒤 MS로부터 '불법복제 SW 사용과 관련해 법원에 조정신청을 했다'는 조정신청서 부본이 날아왔다. 법인의 한 변호사는 "MS 측에서 내놓은 불법 SW 사용 증거를 보니 우리 사무실이 '법인'이라는 등기부등본과 재무제표가 전부였고 다른 증거는 없었다"며 "법인이니 윈도를 쓰고 (내용증명에) 답을 안 했으니 불법이라는 식"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런 식이면 컴퓨터를 가진 모든 국민이 불법이라는 말이냐"면서 황당해했다.

MS가 윈도XP 기술지원을 종료하면서 국내 소규모 영세 사업자에까지 새 상품 판매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 반발이 거세다. 중국에는 윈도XP 지원종료 이후에도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MS가 한국에서만 학교, 어린이 집, 미용실, 부동산, 휴대폰 대리점 등에까지 고소와 처벌을 앞세워 단속에 나서자 한국 사용자만 '봉' 취급을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MS와 유통대리점들은 지난 8일 윈도XP와 오피스2003 관련 서비스 지원종료를 전후해 영세 자영업자들은 물론 법무법인이나 특허법인 등에까지 전화와 메일을 보내며 막무가내식 불법품 단속에 나서고 있다. MS 본사가 실적악화에 대한 부담을 떠넘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한 SW 대리점 관계자는 "MS의 윈도8 출시와 윈도XP 서비스 종료, 저인망식 정품 단속은 연장선상에 있다"며 "윈도8 판매부진과 태블릿·스마트폰 등 다른 사업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윈도XP 비중이 높은 한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MS의 압박은 상상이상이다. 우선 전국의 학교들은 물론 유치원과 미용실 등 중소자영업자들도 MS로부터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MS는 최근까지 전국의 초ㆍ중ㆍ고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교 교사용 메신저'를 쓸 경우 추가 서버 라이선스 비용을 내야 한다고 통보했다. 메신저에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하는 것이니 데스크톱용 운영체제(OS)가 아니라 서버용 OS를 써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일반적으로 각 학교들이 기업용 메신저를 구매한 뒤 관리 프로그램을 한 대의 PC에 설치해둔 점을 빌미로 삼은 것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관계자는 "메신저를 계속 쓰려면 비용이 200만원 정도 늘어난다고 들었는데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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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MS가 수년 간 교사용 메신저 사용에 추가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 8일 윈도XP 지원종료 시점을 앞두고 한국MS가 광범위한 저작권 단속에 나선 것이 아니냐고 해석한다. MS는 또 학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원, 심지어 미용실 등에도 공문을 보내 소프트웨어 자산관리 현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PC방 업계는 아예 한국MS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인문협)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1만 4,000여개의 PC방 중 대부분이 한국MS로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 사용확인 독촉'이란 제목의 내용증명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가운데 내용증명에 답을 하지 않은 100여 곳은 '소명자료를 내라'는 취지의 독촉장까지 받았다.

인문협 관계자는 "개인 사용자가 구매하면 10만원 선인 윈도 정품이 PC방이 구매하면 26만원에서 최고 30만원대까지 올라간다"고 반발했다. 지난 3월 인문협은 MS가 독점적 지위를 통해 불합리한 가격과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MS를 제소했다.

이에 대해 한국MS는 "PC방의 경우 상업적인 목적으로 다수가 이용하는 것이라 (개인용과) 라이선스 자체가 다르다"며 "PC방은 과거 불법 윈도를 사용한 경우가 많았는데, 구매 가격이 높은 것은 과거 불법사용에 대한 일종의 벌금 성격이 포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한국MS의 해명에도 논란은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한 소프트웨어 대리점 관계자는 "MS가 보낸 메일에는 불법 SW 단속으로 적발되면 5,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5년 이하 징역에 처해 질 수 있고, 직원이 불법복제해도 사업주가 함께 처벌받는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개인 사용자에 대한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MS는 이미 개인 사용자에 대해서도 불법 여부를 파악하고 있어 개인 사용자의 불법 SW단속도 결국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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