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라는 동물이 있다. 제법 큰 옥편에서 「法」자를 찾아보면 「법 法」·「본받을 法」·「떳떳할 法」 다음에 「동물 이름 法」이라는 풀이가 나온다.「법」은 용(龍)처럼 전설적인 동물이다. 「법」은 수달(水獺)처럼 뭍과 물의 경계에 살면서, 뭍짐승과 물짐승 사이에 싸움이 생기면 그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려 잘못한 놈을 잡아 먹었다.
고대 중국 사람들은 처음에 이 동물을 한자로 삼수(水)변에 「사슴 鹿」자와 「갈 去」자 따위를 조합한 복잡한 문자로 썼다. 그러다가 지금의 「法」자로 줄여 약자(略字)로 쓰게 된 것이다.
「동물 이름 法」이라는 풀이는 웬만한 옥편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법」이 거의 멸종했기 때문일까? 「법」은 이제 생태계는 물론 옥편에서도 사라질 위기에 닥친 것일까?
사람이 스스로 「법」을 무시하고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법」을 멸종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많은 잡종과 변종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잡종과 변종들은 원래의 「법」처럼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릴 줄 몰랐고 가려도 잘못한 놈을 제대로 잡아먹지도 못했다. 싸움이 생기면 잘못한 놈 가운데 피라미처럼 작은 놈만 즐겨 잡아 먹었다. 큰 놈은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고 어쩌다 잡히면 눈치를 보다가 금방 풀어 주었다.
그래도 세계 각국은 일찍이 이 「법」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관청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법무부가 이 「법」을 지키는 일을 맡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법무부에 좀처럼 보기 힘든 괴상한 동물 두 마리가 뛰어 들었다. 「낭」(狼)이라는 동물과 「패」(狽)라는 동물이다. 두 마리 모두 이리과의 일종이다. 옥편을 찾아 보면 「이리 狼」과 「이리 狽」라는 훈을 읽을 수 있다.
「낭」은 용감하고 「패」는 슬기롭다. 「낭」과 「패」는 늘 함께 다니면서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지도 못하는 괴상한 일을 벌였다.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눈치채더라도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
「낭」과 「패」가 항상 같이 다닐 수 밖에 없는 신체적인 이유가 있다. 「낭」은 앞다리가 긴 반면 뒷다리가 너무 짧다. 「패」는 그 반대다. 뒷다리는 긴데 앞다리가 너무 짧다.
그래서 「낭」은 「패」가 없으면 서지 못하고 「패」는 「낭」이 없으면 다니지 못한다. 둘은 항상 같이 움직여야 한다. 둘 사이가 갈라지면 그야말로 「낭패」(狼狽)다.
지금 법무부 안에서 활개치고 돌아다니는 「낭」과 「패」는 권력과 재벌일까? 왜 둘 사이가 갈라져 낭패를 당한 것일까? 어느 놈이 암놈이고 어느 놈이 수놈일까? 이제는 암수 구분없이 날뛰는 시대가 된 것일까?
「낭」과 「패」가 아무리 날뛰어도 「법」이 살아 있다면 「낭」과 「패」는 꼼짝 못할 것이다. 호랑이 소굴(법무부)에 들어간 「낭」과 「패」가 무사할 리 없다. 그런데 「낭」과 「패」를 잡아먹을 준엄한 「법」은 아직 살아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