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넘치는 실직자… "실업급여 동날라"

올 지급액 17% 급증… 2009년 대량해고 사태땐 차질 우려<br>노동부 "재원 충분" 주장에 전문가들 "너무 안이"


서울 구로ㆍ금천ㆍ관악ㆍ동작구를 관할하는 관악종합고용지원센터의 실업급여 수급자격 설명회장은 요즘 밀려드는 실직자들로 연일 만원이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하루 두차례 설명회를 갖는데 150석 규모의 좌석이 모자라 일부는 서서 설명을 들어야 한다. 센터의 한 관계자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구직교육을 받는 사람이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3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경제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실업급여 지급액이 크게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해고사태가 예상돼 실업급여 지급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여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25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지급된 실업급여 총액은 2조3,9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516억원(17.2%)이 증가했다.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도 84만7,710명으로 전년 대비 10만명가량 폭등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이처럼 늘어난 데는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가 증가하고 실업급여 신청률이 높아지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경기침체로 인한 비자발적 이직자 수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 9월까지 권고사직이나 계약만료ㆍ도산폐업 등에 의한 비자발적 이직자 수는 130만6,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만3,000명(16.2%)이나 늘었다. 이처럼 실직자 증가로 인해 당초 책정한 실업급여 예산 2조5,622억원으로는 연말까지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자 정부는 이달 초 부랴부랴 3,355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일단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부동산경기 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건설업을 비롯한 자동차ㆍ금융 업종을 중심으로 휴업ㆍ조업중단과 감원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연말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해고사태가 발생할 경우 실업급여 지급에 차질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실업급여 적립금이 5조원이 넘기 때문에 실직자가 늘더라도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내년 실업급여 수급자 수를 120만명 정도로 예상하고 올해보다 약 8,000억원 늘어난 3조3,765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박형정 노동부 고용보험정책과장은 “실업급여를 비롯해 고용보험 적립금이 8조8,000억원가량 쌓여 있고 해마다 4조원 가까운 수입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실업급여가 고갈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특히 내년부터 고용보험 변동요율제 도입으로 적정 적립금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보험요율을 상향 조정해 더 걷으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계 전문가들은 현재 3% 초반대인 실업률이 내년에 5%대 이상으로 급상승하고 실업자가 150만~200만명 수준으로 증가할 경우 실업급여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실제로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7년 26만명 수준이던 실업인정 건수가 1998년 248만명으로 급증하면서 실업급여 지급액이 1997년 787억3,200만원에서 1998년 7,991억5,400만원으로 무려 915%나 증가, 정부가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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