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공기업 민영화' 다시 탄력 붙는다

李대통령 당선자 "공공분야 방만 운영" 지적<br>첫 대상으로 산업은행 꼽혀…한전·가스공사 제외될듯<br>대우조선등 민영화 빨라질수도…토공·주공도 후보에<br>'지주회사 통해 통제' 싱가포르 모델 도입할지 주목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과정에서 공기업 민영화와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노무현 정부 때 멈췄던 공기업의 민영화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당선자는 공약집에서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 분야의 규모는 점점 비대해지고 효율성은 더욱 떨어지고 있으나 감시와 견제 부족으로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 공기업이 개혁의 대상임을 지적했다. 또 “시장이 잘 하는 것은 시장에,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기반시설은 정부가 운영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갖고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민영화 대상 어떤 기업 있나=이 당선자는 공약집에서 “민간과 경쟁관계에 있거나 설립목적을 상실한 공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기업의 민영화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았지만 계략적인 윤곽은 밝힌 셈. ‘민간과 경쟁관계에 있거나 설립목적을 상실한’ 공기업이 우선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력ㆍ가스공사ㆍ지역난방공사 등도 대상이 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이 당선자는 지난 10월31일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서 “전력과 가스ㆍ수도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기본 산업의 민영화는 한국에서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첫 대상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꼽고 있다. 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수출입은행 등의 국책은행은 과거 개발연대 시절의 정책금융 기능이 점점 사라지면서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이 당선자는 이미 국책은행, 특히 산업은행 등을 민영화해 20조~30조원을 조달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곽승준 한나라당 선대위 정책기획팀장은 “국책은행 업무 가운데 민영화가 필요한 분야를 별도로 분리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영화 첫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산업은행은 정책금융 기능만 남겨놓고 최소 5년 동안 단계적으로 민영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의 투자은행(IB) 부문을 떼내 팔겠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스스로 민영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 국책금융기관의 민영화와 더불어 공적자금이 직간접적으로 투입됐던 우리은행ㆍ대우조선해양ㆍ대우인터내셔널ㆍ쌍용건설 등의 민영화 진행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또 토지공사ㆍ주택공사ㆍ도로공사ㆍ인천국제공항 등도 민영화 후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식 모델 도입할까=이 당선자가 밝힌 민영화 관련 내용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국가가 소유하면서 경영만 민영화하는’ 싱가포르식 민영화다. 싱가포르는 정부투자기관에 해당하는 테마섹이라는 지주회사 아래 공기업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테마섹의 이사회는 관료출신과 민간출신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주무부처들이 직접 공기업들을 관리하는 한국과 달리 지주회사를 통해 공기업들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와 규모 등에서 차이가 나다는 점에서 싱가포르식 민영화가 적절하지 않다는 이견도 나오고 있다. 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대표 기업들을 공기업 형태로 유지하는 등 오히려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할 뿐더러 한국의 경우 지주회사 방식보다는 아예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사실상 대부분의 대형 공기업들을 민영화했다”면서 “오히려 한국이 민영화에 있어서는 싱가포르에 비해 앞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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