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2월 20일] 소액결제업무와 증권사의 과제

최경수(현대증권 사장)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사에 허용됐던 소액결제업무가 오는 6월부터 투자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증권사의 소액결제업무 허용을 놓고 은행권은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이유로 반발했고 증권업계는 금융결제원 가입금 규모에 대한 적정성과 납부조건 등을 놓고 은행권과 이견을 보여왔었다. 다행히 한국은행의 중재로 양측의 입장차이가 좁혀지면서 그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증권사들은 소액결제업무를 본격적으로 개시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증권사가 소액결제업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뿐만 아니라 위탁계좌에서 카드대금과 보험료를 결제하고 공과금납부, 다른 계좌로 이체 등을 인터넷뱅킹을 통해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은행과 똑같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증권사의 CMA에서는 보통예금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위탁계좌에서는 주식이나 채권을 매매할 수도 있다. 증권사에서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과거 CMA라는 상품이 증권사에 처음 도입됐을 당시 은행의 보통예금에서 많은 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하면서 단기간에 증권업계 CMA잔고가 20조원을 돌파했던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소액결제업무로 증권사에 은행자금이 몰려들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왜냐하면 국내 대형 증권사의 지점수가 평균 120∼140개인 반면 국민은행의 지점수가 1,200개에 육박하는 현실을 볼 때 증권사의 접근성은 은행보다 매우 불리하다. 더구나 은행에는 예금과 대출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기 때문에 증권사가 은행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향후 증권사가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지급결제서비스를 활용해 기존의 금융상품들과 연계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수많은 고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가이다. 아울러 기존의 표준화된 대형점포에서 탈피해 다수의 소형점포로 포지셔닝을 재편해 접근성을 개선하고 타 금융기관과의 적극적인 전략적 제휴를 시도해 교차판매를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법시행과 함께 증권사로서는 은행과 거래하는 고객들을 증권사로 불러들이기 위해 보다 많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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