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잭 웰치와 오쿠다 회장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은 올해에도 최고경영자에 GE의 잭 웰치 회장을 선정했다. 지난해에도 1위였다. 동양인 최고는 랭킹 7위(지난해 15위)의 오쿠다 시로시(奧田碩) 도요타 자동차 회장이다. 두사람 다 그동안의 빛나는 실적으로 정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올라간 코스는 약간 다르다.잭 웰치 회장은 가차없는 구조조정과 선견력으로 유명하다. 취임 3년 동안에 무려 17만명이나 잘랐다. 이 때문에 처음엔 도살자라고 욕 깨나 먹었으나 GE의 실적이 좋아지자 과단성 있는 경영이라고 오히려 칭찬을 듣고 있다. 그러나 도요타의 오쿠다 회장은 고용의 책임을 강조한다. 노동 유동성이 없는 일본에서 미국식 구조조정은 사회불안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대량감원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도요타는 최근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종신고용을 선언해 미국 무디스에서 나쁜 점수를 받기도 했다. 오쿠다 회장은 종신고용제를 유지해도 긴장이 풀리지 않게 해야 하며 기업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성공의 포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오랜 경륜에서 나온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충고다. 잭 웰치 회장은 빠른 결단을 가장 강조한다. 설사 실패를 해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본다. 경영자의 가장 큰 죄악은 지금 4∼5등밖에 못하고 앞으로도 1∼2등밖에 못할 전망도 없는 사업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이라면서 경영자는 이런 사업을 무자비하게 잘라내는 것이 임무라고 강조한다. 장래성도 없는 부서에 사람을 잡아두는 것은 그 사람에게도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대량감원도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잭 웰치 회장과 오쿠다 회장은 생각이 다르다. 따라서 비즈니스 방식도 달랐지만 정상에선 같이 만났다. 그리고 서로가 경영 9단임을 인정하고 각자의 경영방식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있다. 우리나라 9단들은 서로 우습게 보고 덩달아 아마추어들도 그런 흉내를 내니 세상이 어지러울 수밖에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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