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정부 역할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에 관한 논쟁이 치열하다. 정부와 기업 간,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사이의 이해관계가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양보는 미덕이지만 시장경제에서 이기적 이해추구를 탓할 일만은 아니다. 종종 정답을 요구 받는 경제학자로서 매우 난감하고 어려운 문제다.

필자의 결론은 경제적 관점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시장에 대한 과도한 정부 개입이라는 것이다. 이 제도에 사회통합과 화해의 목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합업종제도가 사회운동도 아니고 사회정책·교육정책·복지정책도 아닌 '경제정책'인 것은 분명하다.


정부 없는 시장도 없고 정부 개입 없는 시장도 없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필요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위해서도 정부 개입은 필수적이다.

동반위 판단 능력 장담 못해 회의적

문제는 정부가 어느 영역에, 어떤 수단과 방식으로, 어느 정도 개입하느냐다. 개입으로 의도한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는지는 더 중요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누구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그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회 전반의 후생을 해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부(負)의 외부성(negative externality)'이라고 한다. 이 경우 현실적으로 정부 개입은 정당화된다. 정부가 나서서 그러한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중단시키거나 피해에 대해 벌금이나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느라 오염물을 마구 뿜어내고 있다면 정부가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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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영역에서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간 경쟁이 어떤 외부 효과가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 경쟁은 좋은 것이다. 특히 생산자(기업) 간 경쟁은 소비자에게 좋다. 궁극적으로는 해당 산업과 기업에도 좋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경쟁 자체가 불공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여건하에서도 신생·벤처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우뚝 선 NHN이나 다음카카오·엔씨소프트 같은 기업도 있다. 이들 기업은 정부의 업권 보호 속에서 커오지 않았다. 한국 경제가 경쟁력과 활력을 지니려면 이런 기업들이 자주,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경제도 살고 고용도 창출된다. 하지만 적합업종제도하에서는 대기업을 지향하는 중견기업마저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내에서 대기업이 독과점적 지위가 있었는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렇더라도 시장점유율을 줄이는 조치나 타 경쟁자를 불공정하게 무너뜨리는 행위나 계약을 금지시키는 조치가 마땅하다. 아예 그 영역에서 쫓아내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정부는 시장경제 수호를 위해 독과점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문제에 있어 독과점이 문제였다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서라도 규율하면 된다. 공정거래법까지 들먹거릴 일이 아니었다면 애당초 하지 말았어야 했다.

시장이 아니라 정부 실패 우려

정부는 권력과 재정·재원으로 최우수 인재와 자원을 언제든 조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라는 존재는 근본적으로 경제적 자원 배분에 대한 의사결정을 잘 못한다. 그렇게 정부가 잘할 것 같으면 공산주의 경제가 대성공했을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민관 합의의 기관이라도 의사결정 능력에서 크게 나아질 리 없다. 아무리 우수한 인사들을 모아 놓아도 능력 부족이다. 어떤 사업 영역에서 중소기업만 영위하는 게 좋은지 아닌지 정부나 동반위가 과연 정확히 판단할 능력이 있을까? 적어도 추구하는 목표라도 달성할 수 있을까? 부작용을 미리 예견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매우 회의적이다.

누구나 시장 실패(market failure)를 말하는 시대다. 하지만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라는 말도 있다. 그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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