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운전자들은 사고를 낸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자동차보험료에 교통법규 위반 할증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안전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인식하면서도 정작 법규 위반에 따른 보험료 인상은 원하지 않는다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지역 직장인과 자동차보험 관련 부처 공무원 등 총 600명(응답률 81.2%)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교통안전에 대한 의식 수준이 심각하게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74.8%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안전 의식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64%로 절반을 넘었고 '매우 심각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도 10.8%에 달했다.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수준에 대해서도 47.7%가 '낮다'고 응답했고 '매우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6.3%로 절반 이상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법규 준수 수준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안전불감증 팽배(47.7%)'를 가장 많이 꼽았고, '나만 지키는 것은 손해라는 생각 때문(35.6%)' '미약한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10.7%)' 등이 뒤를 이었다. 또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도 절반이 넘는 57.2%가 '운전자의 양보의식 부족 및 조급성'을 지적했고 '교통법규 경시풍조에 의한 운전부주의'도 28.2%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안전불감증에 따른 운전자의 잘못이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통법규를 어기거나 사고를 유발한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준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실제 자동차사고 운전자에 대한 처벌수준을 묻는 질문에 '현행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71.1%로 압도적이었다.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7.5%로 나타났고 '현행보다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하지만 교통법규 위반 내역을 자동차보험에 반영해 할증하는 것은 그다지 반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무인카메라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가 범칙금이 아닌 과태료를 내고 보험료 할증을 피할 수 있는 현행 제도에 대해 '할증해야 한다'는 응답이 51.4%, '현행대로 할증하지 않아야 한다'가 48.6%로 비슷했다. 교통법규 위반을 보험료에 할증해 금전적 손해를 주는 것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얘기다. 손해보험협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운전자들은 교통법규 위반이 안전운전의 가장 큰 적이고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인식하지만 정작 본인의 보험료가 오르는 것은 싫어한다"며 "운전자 스스로 '나만 아니면 된다'식 사고에 사로잡혀 도덕적 해이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