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ㆍ중국ㆍ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들이 돈과 의욕을 앞세워 대규모 기간시설(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경험 부족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 및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공항 등 교통시설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중국은 2020년을 목표로 전국 고속철 건설에 나섰지만 최근 사업 타당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인도는 지난 10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영국연방체육대회(커먼웰스게임)을 개최했다가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오바니 바시나니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회장은 지난 17일 파나마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브라질이 국가적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2014년 올림픽과 2016년 올림픽을 위해 더 크고 더 나은 시설을 갖춰야 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항공 지연과 취소가 잇따를 텐데 별다른 진전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영기업인 인프라에어로(공항관리공단)가 수십억 달러를 들여 월드컵 개최 전에 12개 도시의 공항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자본과 기술력을 투입해 국가적 기간시설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브라질 대통령은 공항 문제를 2011년 아젠다로 삼아야 한다”며 부실한 공항 상황을 우려했다.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브라질 20개 공항 중 14개가 이미 승객 수용 한계에 도달했다”며 “현재의 경제성장에 따른 항공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브라질에서 가장 큰 과롤류스 국제공항의 크기의 신규 공항 9곳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바시냐니 회장은 “축구에서는 브라질이 기적을 만든다고 하지만 잘 모르겠다”며 “확실한 건 브라질이 월드컵을 제2의 인도 커먼웰스게임으로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시냐니 회장의 지적처럼 인도는 지난 10월 기반시설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상황에서 커먼웰스게임을 개최했다가 호된 경험을 했다. 영연방에 소속됐던 54개국 71개팀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대회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및 선수촌 건설 지연, 열악한 위생 시설, 다리 붕괴 사고 등으로 부끄러움을 샀다. 게다가 이 같은 부실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경기 주최 소요 비용은 당초 계획의 70배 이상 투입되면서 폐막 후 대회 조직 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뇌물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신흥경제대국을 넘어 세계경제대국으로 변모 중인 중국 역시 넘쳐나는 현금을 앞세워 고속철 등 대규모 기간 사업 투자에 나섰지만 뒤늦게 사업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전국에 걸쳐 총연장 1만5,600㎞ 고속철도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나 현재 사업안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낮은 탑승률 등으로 인해 적자철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국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 등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초기 현상일 뿐이라는 분석과 중국인들의 높은 요금 민감도를 고려하면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