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감사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사건 처리 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자마자 공정위는 "판단상의 차이가 있다"며 재심을 요구하는 등 공방을 벌였다.
두 부처의 입장차는 재심을 거치면 결론이 나겠지만 이로써 이날 감사원이 내놓은 또 다른 주요 감사결과는 정작 이슈화되지 못했다. 금품수수 행위를 한 의료인에 대한 제재를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고의적으로 '방치'하고 있다는 감사결과였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정위가 2007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4회에 걸쳐 32개 제약회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료인을 복지부에 통보했음에도 복지부는 이에 대한 조사는커녕 자격정지 2개월에 해당하는 행정처분 조치조차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공정위가 금품수수 혐의가 있는 의료인을 통보한 의결서조차 전혀 검토하지 않는 '황당한 배짱'을 보였다.
공정위의 의결서에는 A병원의 B씨가 C제약의 의약품을 처방한 대가로 234만원을 받았고, D제약회사가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의료인 2,096명에게 통상 번역료보다 23배~42배 높은 금액으로 총 88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담겨 있다. 또 관련 의료인의 명단과 의료기관명ㆍ의약품명ㆍ금품수령일ㆍ금액 등도 기록돼 있고, 금품제공을 인정한 업체의 진술서 및 의료인의 수수계좌번호 등의 증빙자료도 확보돼 있다.
제약회사의 의료인에 대한 유무형의 리베이트는 결국 서민들이 복용하는 약값에 고스란히 반영돼 수차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문제의 심각성을 잘아는 복지부도 여러 차례 관련 대책을 내놓으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정작 안으로는 사실이 확인된 의료인의 리베이트 문제에 고의적으로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의 입장이 의료계 눈치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서민 약값 부담에는 관심이 없는 것인지 분명치는 않다. 그러나 감사원의 이번 지적에도 후속조치에 나서지 않는다면 복지부의 직무유기는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