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S의 공포'… 세계 경제 70년대 회귀?

원자재값 급등 따른 물가상승·경기침체 같지만<br>거시지표·고유가 배경등은 70년대와 다소 차이<br>아직은 인플레 초기이지만 가능성도 배제못해

지난 1970년 말 2차 오일쇼크 당시 미국 정부가 휘발유 공급을 통제하자, 승용차들이 기름을 공급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글로벌 포커스] 'S의 공포'… 세계 경제 70년대 회귀? 원자재값 급등 따른 물가상승·경기침체 같지만거시지표·고유가 배경등은 70년대와 다소 차이아직은 인플레 초기이지만 가능성도 배제못해 이상훈기자 shlee@sed.co.kr 지난 1970년 말 2차 오일쇼크 당시 미국 정부가 휘발유 공급을 통제하자, 승용차들이 기름을 공급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세계 경제가 1970년대로 회귀하는 것일까. 기름값은 두배 세배 치솟고, 곡물가도 치솟고, 물가는 두자리 수로 뛰었다. 수십만 미군이 베트남의 정글에서 갇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패전을 기록한 가운데, 미국 실업률은 두자리 가까이 올라갔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렸다. 미국 경제는 세번이나 침체에 빠지는 트리플 딥(triple dip)을 경험했다. 1970년대 미국 경제는 경기가 10년동안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가운데 물가가 뛰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이런 현상이 다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욕 월가의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현재의 세계 경제 상황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흡사하다고 지적한다. 기름값과 곡물가격, 원자재 가격이 1년 사이에 두배나 치솟고, 세계 경제의 견인차라던 미국은 경기 침체에 빠져 세계 경제를 오히려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전 이래 최대의 희생자를 내면서도 이라크의 치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ㆍ인도등 일부 신흥성장국에선 물가 상승률이 벌써 두자리대에 올라섰다. 상황의 차이가 다르지만, 미국 경제를 위시해 작금의 세계 경제는 30년 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이 확연하다. 먼저, 1970년대 미국경제를 살펴보자.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까지 미국 경제는 세 차례 경기 침체를 맛봤다. 1차 오일쇼크의 토네이도가 휘몰아친 1973년11월~1975년3월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5%, 2차 오일쇼크를 보낸 1980년1월~1980년7월은 -4.3%, 과도한 통화긴축으로 홍역을 앓은 1981년7월~1982년11월은 -2.0%를 기록했다. 당시 실업률은 9%대를 기록했고, 물가상승률은 15%까지 치솟았다. 1979년 FRB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는 정책금리를 20%까지 인상하는 혹독한 통화긴축을 폈다. 덕분에 물가는 1983년에 4%까지 떨어졌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임금 문제다. 1970년대 미국 노동자들은 치솟는 물가를 따라잡기 위해 두 자릿수의 임금 인상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그 결과, 물가와 임금이 상호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불렀다. 당시에도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이 원유 등 원자재 가격과 곡물 가격 급등이었다. 여기에는 과잉 유동성으로 잔뜩 부풀려진 자산(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상품 시장으로 자금이 몰린 것이 한몫 했다. 1차 오일쇼크(1973~1974년) 당시 배럴당 3달러였던 유가는 12달러까지 단숨에 4배로 치솟았고, 2차 오일쇼크(1978~1980년)를 거쳐 24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면 지금의 미국 경제는 1970년대와 어떻게 다른가. 거시경제지표를 보면 현재의 미국 경제여건은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빠졌던 1970년대보다는 낫다. 물가상승률이 FRB의 목표치 2%를 넘었지만 4%대에 그치고, 실업률도 지난 5월 5.5%로 70년대보다 3.5%포인트 낮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및 내년 GDP 성장률도 각각 1%, 2% 수준으로 과거 스태그플레이션 때보다 높다. 벤 버냉키 FRB의장도 최근 “현재는 인플레이션이 두 자리 수에 달한 1970년대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 노동부가 집계한 미국 노동자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3.5% 상승에 그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으로 노조 가입 급감,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절감 노력 등으로 임금 상승률이 과거에 비해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이에 따라 미국 근로자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어 높은 비율의 임금인상 요구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곡물 부족도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 30년전에는 주로 기상이변에 의한 단기적 문제였지만, 지금은 인구 급증, 도시화로 인한 농토 부족, 바이오 연료 수요 증가 등으로 복합적이다. 오히려 70년대보다 곡물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 교수는 “첨단 기술이 발전하고는 있지만 현재의 곡물 및 자원 부족은 70년대보다 훨씬 구조적이고 장기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유가의 여건도 한세대 전보다 어렵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며 한해 사이에 2배나 올랐다. 1970년대 유가 상승은 공급 부족에 기인했다. 중동 산유국들이 기름을 무기화하면서 대미 수출을 중단했고, 당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가격 통제를 통한 수요억제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의 국제유가 상승은 공급 부족보다는 중국ㆍ인도등 신흥성장국들의 수요 급증, 투기 세력 가담 등이 더 큰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어도 국제적인 석유수요가 줄지 않는 것을 보면 세계 석유시장의 수급불균형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국제유가는 1ㆍ2차 오일쇼크때처럼 기름값이 단기에 폭등했다가 진정된 것과 달리 장기적인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FRB의 대처 방식도 차이가 난다. 볼커 당시 FRB의장은 초 긴축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해결했지만, 그 대가로 미국 경제는 1981~1982년 대공황 이후 가장 극심한 경기침체를 감내해야 했다. 반면 버냉키는 금리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맞아 금리를 대폭 인하하며 경기 회복을 꾀하고 있지만, 최근 신용위기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금리 인상을 미루고 있다. 연말 미국 대선도 금리 인상 단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볼커에 앞서 FRB의장인 아서 번즈도 1979년 퇴임하면서 정치적 압박 때문에 금리 인상을 제 때 하기 어려웠다고 회고한 바 있다. 세계 경제가 아직은 인플레이션 초입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와 곡물가, 원자재 가격은 최근 1년 사이에 폭등했고, 그 여파가 적어도 올하반기와 내년초에 본격적으로 거시경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미국의 거시지표가 건실해 1970년대와 다르고 주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1년후에 그런 주장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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