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겉핥기 구조조정'이 마사회 비리 잉태

전직 회장 2명이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마사회 비리 사건은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공기업 구조조정의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마사회가 2001년 3월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시설물 관리 부문을위탁하기로 하고 분사한 ㈜R&T는 마사회 본부 건물 지하에 본사를 두고 마사회의 각종 시설물 관리 용역을 수의 계약으로 수주해왔다. 대표이사는 마사회 중간간부 출신이었고, 다른 직원들도 대부분 마사회에서 자리를 옮겨왔다. 특히 분사 전 시설 관리를 하던 직원들이 똑 같은 업무를 하는 등 실제 분사 전후에 별로 달라진 게 없어 구조조정은 생색내기에 그쳤다. 그런데도 이 회사가 마사회에서 수주한 금액은 2001년 24억원, 2002년 45억원,2003년 58억원, 2004년 68억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마사회의 구조조정이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졌음에도 감사원의 날카로운 칼날은 피해갈 수 있었다. 감사원이 2002년 공기업 구조조정 실태 특감 결과 132개 공기업에서 무려 788건의 위법ㆍ부당 사항을 적발했을 당시 한국전력과 담배인삼공사 등의 중요 하자가 드러났음에도 마사회의 `그릇된 관행'은 발각되지 않았던 것. 그 사이에 마사회와 분사한 회사의 `부적절한 관계'는 여러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종 비리를 잉태했다. 더욱이 분사 당시 마사회와 인터넷에서 경마정보를 독점 제공하는 사업을 하기로 약정했던 ㈜R&T 대표 조모씨는 국정감사에서 사행성 조장, 특혜 등이 도마 위에오르자 전상사인 윤영호 전 마사회장에게 매달렸고 이것이 `검은 공생관계'의 신호탄이 됐다. 조씨는 안동간고등어 상자와 곶감 상자, 초밥통 등 `기발한' 용기에 현금을 담아 1~3개월 간격으로 13차례에 걸쳐 1억4천여만원을 윤씨 집이나 사무실, 커피숍 등에서 건넸다. 15, 16대 총선에서 연거푸 낙선한 뒤 17대 총선을 준비하면서 지역구 관리를 위한 `실탄'이 필요했던 윤씨는 상납 받는 데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검은 돈을 찾아나섰다. 마사회 법인카드로 `카드깡'을 하기도 하고 기념품 비용을 부풀려 공금을 가로챘던 것이다. 조씨는 윤씨가 2003년 6월 퇴임하자 후임인 박창정씨에게도 금품과 양주 공세를하며 `검은 고리'를 이어나갔다. 검찰은 전직 회장들 외에 일부 직원들도 용역업체로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회식비 등 명목으로 돈을 받았고, 금품을 받지 못한 달에는 다음 달에 못 받은 것까지함께 받는 등 악성 유착 고리가 형성돼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시설물 관리 용역을 발주하면서 다른 용역업체보다 인부들의 임금을 월등하게 책정해주는 등 특혜를 주었고, 분사한 회사도 특혜 유지 차원에서 계속 뇌물을 제공하는 등 공생 관계가 유지돼왔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마사회와 비슷한 유착 사례가 더 있었을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공기업을 둘러싼 뿌리깊은 부패관행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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