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19일] 투명성 결여의 함정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로 전세계가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 월가 거물에 의한 희대의 사기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가택 연금 상태인 사기범 버나드 매도프는 나스닥 위원장을 역임한 미 월가의 거물급 인사이자 손꼽히는 원로다.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사기극에 휘말린 피해 금액은 최소 500억달러 이상으로 파악된다. 미국과 유럽, 국내의 주요 금융기관은 물론 전세계 유명 인사들까지 줄줄이 희생양이 됐고 일각에서는 펀드오브펀드 시장 자체가 붕괴 위험에 처했다는 평가마저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사건 자체보다 더 놀라운 것은 한 개인의 도덕성 부재에 기인한 사기극을 전세계 어떤 전문가도 미리 알지 못했고 경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월가는 지난 1920년대 이래 각종 신금융 기법을 선보이며 세계 금융의 핵심지로서의 위상을 확보해왔다. 금융시장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정보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간극은 더욱 크게 벌어졌다. 별다른 통제 수단도 견제 기관도 없는 ‘정보의 독점’ 구조 속에서 월가는 손쉬운 돈벌이에 쉽게 길들여져 갔다. 월가 최대의 사기사건의 주범이 바로 존경받는 금융계의 핵심 인사였다는 사실은 이 같은 구조에서 이들의 도덕성이 어디까지 추락했었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세계 초일류 기업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가장 선행돼야 할 것 중 하나가 의사결정 과정 및 조직 운영에 있어 투명성과 합리성을 확보하는 일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구호에 그치지 않을 때 조직원의 시너지를 한데 모을 수 있고 가장 합리적인 대안과 이익이 도출된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의 독과점 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글로벌 금융업에서만큼은 예외였던 것 같다. 전세계가 함께 지나고 있는 지금의 혹독한 경제위기 역시 이들의 탐욕이 내놓은 결과물일지 모른다. 금융위기 국면에서나 매도프 사기극에서나 투명성 부재의 결과가 얼마나 엄청난 해악을 가져 오는지 분명히 숙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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