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재조정 최대한 신속하고 충분하게 해야 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을 통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
외환 위기 이후 104개 기업의 워크아웃을 집도하면서 ‘워크아웃 박사’ ‘Mr. 워크아웃’으로 불리는 이성규 전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사무국장(현 연합자산관리 사장)은 “워크아웃 대상 회사에 대한 채무재조정 작업을 ‘최대한 신속하고 (재조정의 규모를)충분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30일 기자와 만나 “워크아웃 초기에 오너와 경영진은 나름대로 낙관적인 전망을 하려 하고 채권단은 서로간에 손실을 덜 보려 하는 등 이해 관계를 챙기려다 보면 타이밍을 잃게 되고 이러면 손실만 키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오너는 경영권에 집착하지 말고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 작업에 적극 협조하는 희생 정신을 보이고, 채권단은 긴장감을 갖고 손실 분담을 공평하고 적극적으로 하는 작업이 병행돼야만이 기업이 살아 날 수 있다고 주문했다.
이 사장은 과거 대우 워크아웃을 떠올리며 “경험칙상 대주주는 자기의 기득권을 고수하기 마련이고 채권단은 손실을 덜 보기 위해 자구계획을 압박하는 과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시간을 끌수록 기업의 잔존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속전속결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과거에는 은행들이 자기자본이 충분하기 못해서 워크아웃 대상기업의 부실 규모를 적게 해 채무 재조정 규모를 줄이려는 경향이 있었다”며 “지금은 자본이 넉넉한 만큼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조정 규모를 최대한 충분하게 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협의회에 포함되지 않는 이른바 ‘비협약 채권’의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이 발달하면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해당되지 않는 채권자들, 비협약채권이 많아졌다”며 “이들을 워크아웃 프로그램에 적극 가담하고 동참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비협약채권자들도 자기 욕심만 부릴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하고 이 경우에도 자기들의 몫을 제대로 챙길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나와 1980년대 중반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정운찬 총리의 추천으로 이헌재 전 부총리가 사장으로 있던 한국신용평가에 들어갔으며, 이후 이 전 부총리에 의해 픽업돼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국내 워크아웃을 뿌리내리게 했다. 이후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에서 부행장을 맡았으며, 최근 설립된 민간 배드뱅크인 연합자산관리 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