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9월 22일] 실물경제 짓누르는 자금난과 고금리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금융권의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지고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끼리 주고받는 하루짜리 초단기 외화차입(오버나이트) 금리도 9~10%로 치솟고 있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2.3% 안팎에서 거래되던 것이 무려 5배로 뛰었다. 채권시장에도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주가와 외환시장의 불안 속에서도 채권시장만은 안정을 유지했었지만 리먼브러더스 관련 상품을 취급했던 증권사들의 자금난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개입과 주말 글로벌 증시의 반전에 힘입어 안정을 되찾긴 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국제간 단기자금거래 기준금리인 리보(LIBORㆍ런던은행 간 금리)가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며 3%대로 진입한 것도 걱정스럽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과 러시아ㆍ일본 등 사정이 다급해진 금융기관들은 자금확보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유동성 완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긴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 근본처방은 되지 못한다. 글로벌 신용경색과 금리상승 추세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에 이어 일본도 해외에서의 채권발행이 무산됐다. 국내 사정은 더 힘들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주식과 채권을 팔아 떠나고 있다. 외화조달은 어렵고 외국인들이 떠난다면 외환사정은 그만큼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고금리는 한계상황에 놓인 기업과 가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 현재 781조원으로 석달새 20조여원 늘었다. 자산증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게 문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건설경기 둔화 속에 저축은행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은행들조차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떼이는 경우도 걱정스럽다. 중소기업들은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들었던 ‘키코(KIKO)’가 환율상승으로 폭탄이 돼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흑자도산하는 일도 일어났다. 금융의 위기가 실물경제로 급속히 번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 쓰나미’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일이 없도록 정부는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금리상승을 억제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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